서울로 내던져진 학생들 “만족할만한 거처 찾기가 어려워요”
서울로 내던져진 학생들 “만족할만한 거처 찾기가 어려워요”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3.04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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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기숙사 수용률과 높은 학교 주변 집값이 원인

우리는 살 곳이 없다  ①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기숙사 및 주변 주거환경 점검

“집 나가면 개고생”. 몇 해 전, 유행이 됐던 모 통신사의 CF 카피다. 집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덕에 인기를 끈 바 있다. 이처럼 주거문제는 대학생들이 처한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 중 하나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총 2부로 진행될 연재기획 「우리는 살 곳이 없다」에서는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의 주거환경을 점검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대학 가면 기숙사에서 살 줄 알았는데
울산에 살던 손유경<사회대 사회과학부 12> 양은 지방학생이면 기숙사에 살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우리학교 기숙사 입사를 지원했다. 선발기준은 입학성적 순이었고, 수시전형에서 최초로 합격한 성적이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고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 한 채로 급하게 학교 주변에서 자취할 곳을 구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의 기숙사 수용률은 10%에 불과하다. 이는 ERICA캠퍼스의 28.9%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재학생 1만 5714명 중 지방 출신 재학생은 8200명이다.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집을 떠나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인원은 1630명이다.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최종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한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돼 있어 웬만한 학생들은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은 매년 제기되는 문제지만 예산과 부지부족 등의 원인으로 해결책이 미비했다. 지난 1월 18일 열린 ‘서울시 제1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제5학생생활관의 건립계획이 승인됐지만 아직 착공하지 않은 단계라 낮은 기숙사 수용률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주변 원룸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이 평균”
기숙사 입사에 실패한 지방학생들은 학교 주변 원룸, 하숙, 고시원으로 눈을 돌린다. 학생들은 가격 등 여러 사항을 비교해 자신에게 제일 적합한 주거유형을 선택한다. 강소영<공대 원자력공학과 11> 양은 “작년에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숙집에서 살았지만 잘 먹지 않아 올해에는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중 원룸에서의 자취는 사생활이 보장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점에서 학생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 △같은 크기의 방이 다른 대학가에 비해 비싼 점 △방값 외에도 추가적으로 관리비나 식비가 필요한 점 등을 단점으로 꼽기도 한다. 강 양은 “자취는 하숙과 달리 보안을 감독하는 사람이 없어서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행당동에 위치한 5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조사한 결과, 행당동과 사근동에 위치한 원룸은 13~16㎡(전용 면적 4~5평)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이 보통이다. 고려대, 경희대, 성신여대, 한국외대 등이 몰려있는 성북구 일대의 원룸이 비슷한 가격에 19~26㎡(전용면적 6~8평) 규모인 것에 비해 비교적 높은 가격이다. 여기에 관리비, 전기세, 보일러 값, 식비 등이 합해지면 부담은 더 커진다. 정상득<행당동 우리공인중개사> 대표는 “많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월세를 알아보다가 비싼 집값 탓에 결국 보증금이 없는 고시텔이나 하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높은 집값은 낮은 기숙사 수용률뿐만 아니라 뉴타운 건설, 교통편 개선 등 복합적인 이유에 의해 형성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올해부터 대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실시된 LH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사업에 대해서 정 대표는 “대학가는 월세 선호로 인해 전세 매물 자체가 없는 편”이라며 “문의는 많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계약 절차 때문에 한 건도 계약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왕십리를 벗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기숙사 입사도 불가능하고 학교 주변 지역에서 거주하기엔 가격이 부담되거나 환경이 불만족스러운 사람은 학교 주변을 벗어나게 된다.

뚝섬역 부근에서 자취 중인 정경훈<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1> 군은 “통학이 힘든 수도권 지역에 살고 있는데 기숙사는 수도권 거주자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자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학교 주변은 같은 가격의 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내부 환경이 열악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방이 술집들 근처에 위치해 외부환경이 시끄러워 조금 떨어진 곳에 방을 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해 가격이 저렴한 장학관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현재 서울에는 강원학사, 경기도장학관, 남도학숙, 충북학사, 탐라영재관 등 여러 장학관이 있다. 농촌 출신 학생을 위한 농협장학관도 있다. 남도학숙에서 3년째 거주중인 박세련<정책대 정책학과 10> 양은 “자취나 하숙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학관 선택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양은 “통금시간은 엄격한데 학교와의 접근성이 나빠 통학 시간이 길어 불편하다”며 “가격이 조금만 더 저렴하다면 학교 부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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