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인들을 증오합니다
나는 백인들을 증오합니다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1.12.30
  • 호수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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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12월 31일, 영국의 동인도 회사 설립
▲ < Francis Hayman의 Robert Clive and Mir Jafar after the Battle of Plassey >
오늘도 나는 향신료와 찻잎을 찾아 나선다. 백색 피부를 가졌고 무섭게 생긴 이들의 침입으로 우리 원주민들의 생활은 고통스러워졌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족 혹은 이웃들과 사냥하고 채집해서 되는대로 먹고 살면 그만이던 우리였다. 걱정 없이 살던 우리에게 이방인들의 방문은 공포로 다가왔다.

우리에게 일을 시켰던 그들이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그들은 회사라는 단체를 설립해 인도를 침략했다고 한다. 원주민 중 그나마 교육을 받았던 추장에게서 들은 얘기였다.

처음에는 우리 섬에 침입한 그들을 내쫓으려 추장과 함께 공격도 했다. 있는 힘껏 공격을 했지만 처음 보는 무기로 위협을 가하는 백인들 앞에 우리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에 앞서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했다. 그들은 향신료를 수입해가는 것이 주목적인 듯 했다. 네덜란드 인들은 육두구,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향신료가 나는 반다 제도의 원주민들을 공격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요새를 원주민들의 토지에 건설해 통치하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반다 제도의 추장을 협박해 반다 제도가 네덜란드의 식민지라는 문서에 서명하게까지 만들었다. 나 역시 영국인들의 침략을 받고 있는 지역에 살며 그들의 명령 아래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서는 울분이 터졌다.

할아버지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처음 영국이 우리나라에 침입 했을 때는 자신들의 나라에서 가져온 모직물을 인도에 파는 것이 목적인 듯 보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이 가져온 모직물은 너무 비싸 우리는 그들의 모직물을 살 수가 없었다.

모직물이 인도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영국은 네덜란드와 같이 향신료 독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서로 향신료를 독점하기 위해 싸우기도 했다. 싸움에 패배한 영국은 인도의 면직물을 수입해 가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했다. 면직물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인들에게 노동 이외의 강제적인 제재를 가하기까지 했다.

영문도 모른 채 노동하는 것도 모자라 생활에까지 간섭을 받으니 우리 원주민들의 불만은 쌓이고 쌓였다. 우리는 나름대로 저항을 했지만 강력한 영국을 이기기엔 너무 약했다. 영국은 강한 군대를 앞세워 무역공관을 세우고는 인도를 통치할 기틀을 마련해 갔다.

무역을 하면서도 영국은 인도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관세를 없앨 것을 요구해 토착 상인들을 쓰러지게 만들어 인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영국인들의 횡포는 더욱 심해져갔다. 관리와 지주들에게 뇌물을 강요할 뿐 아니라 가난한 원주민들에게 물건을 싼값에 팔도록 윽박질렀다.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매질을 하거나 감옥에 가두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앞장서가는 영국인을 따라 향신료와 찻잎을 재배하러 가면서 오늘도 눈물을 삼킨다. 내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역사지만 영국은 이미 우리의 힘으로는 물리칠 수 없다. 알라 신이시여, 부디 우리를 구해 주소서. 

참고: 저서 「이야기 인도사」, 「동인도회사」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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