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스스로를 진짜 주인으로 만들길
새해에는 스스로를 진짜 주인으로 만들길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12.30
  • 호수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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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항상 불완전하다. 태초의 천지창조도 하루 만에 이뤄지진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의 불완전함에 대해 관대하다. 그러나 관대해져선 안 되는 때가 있기도 하다.

총학생회(이하 총학) 없는 겨울방학이 우리학교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방학은 앞으로의 1년 간 등록금을 포함한 학교의 제도 전반이 사실상 확정되는 기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곳에 총학이 없다. 총학을 대체할 확실한 구심점이나 책임소재도 없다. 처음이 항상 불완전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곤혹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총학 선거가 진행 과정 중 투표율 미달, 중선관위의 과오 등으로 인해 이듬해 보궐선거로 미뤄진 일이 아주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09년 말 치러진 총학선거가 무산됐던 일이 있다. 그런 겨울방학을 보내고 고작 2년 만의 일이다. 문제의 원인은 그때를 기억하는 이들이 “총학 없이도 괜찮았네”하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때에 없었던 학생들이 “모르겠네”하고 생각하는 것일까, 전혀 관심이 없음일까. 구태여 원인을 하나만으로 규정짓는 오만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불완전한 총학, 그보다도 더 불완전한 ‘총학 없는’ 방학을 맞게 된 한양인들. 자신이 어느 선본을 지지했든 상관없이 파행을 맞은 선거와 불완전한 처음 앞에 분노도, 불안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해를 향한 새로운 계획과 즐거움과 같은 마음속 이야기들일 것이다. 그러나 쉽게 일단락되지 않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비 대표자’ 학생들의 수가 적어보이는 것은 못내 아쉽다. 단순한 속단이 아니다. 이번 선거가 이후 보궐선거로 미뤄진 것이 물론 학생들의 참여만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참여라도 활발했으면 그 모든 대표자들의 잘못에도 좋은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있었으면 할 때, 학교가 자신을 지원해 주길 바랄 때, 학생들은 자신이 학교의 주인임을 주창한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그 주장을 마음껏 외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때에는 좀처럼 나서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왜 스스로를 나약한 주인으로 만드는가. 그들이 심정적으로 기대는 ‘일부 학생들’이 여기저기 나서기만을 바라면서 왜 정작 자신은 다된 밥에 이런저런 말만 늘어놓는 것인가.

총학 없는 우리학교에도 새해는 온다. 우려하는 방학은 어쨌거나 지나갈 것이고 이후 등장할 차기 총학과 중선관위 등 학생 대표자들은 올해도 그와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올해엔 부디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바란다. 부디 조금이라도 더 학생들이 자신이 진짜 학교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길 바라본다. 학생 ‘모두’가 그러길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모두’란 말만큼 허황되고 비현실적이며 방관적인 표현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새해, 이런 비관적 소망이나마 이뤄지길 바라본다. 새해를 맞아 새로 시작되는 한대신문 역시 이를 돕고 싶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진짜 주인으로 만드는 것에 이바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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