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여운을 남기고
커피, 한 잔의 여운을 남기고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12.05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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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한 학생이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컵커피를 마시고 있다>
우리 실생활을 들여다보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서도 기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신다. 호텔의 커피가격을 살펴보면 만원을 호가한다. 이처럼 커피의 종류도 다양해진 만큼 가격 또한 천차만별인 커피. 이렇게 다양한 커피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커피가격을 결정하는 물질적 가치 요인

커피 자판기는 200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요즘 보급되는 원두커피 자판기는 500원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캔커피도 카푸치노, 마일드, 모카 등으로 분화되었으나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컵커피는 더 좋은 원료 등을 사용함으로써 고급화를 시도해 캔커피보다 배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커피경제학」의 저자 김민주<리드앤리더> 이사는 “커피가격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물질적 가치와 심리적 가치가 있다”며 “물질적 가치에는 커피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료비, 운송비, 자재비용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커피 원두는 보통 50~60개 정도인데 원두 한 알이다. 한 알이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김 이사는 “스타벅스는 커피원두 1kg을 판매하면서 58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반면 커피재배 농가에게는 그 중 1퍼센트만 지급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민간구호단체 옥스팜이 분석한 커피 한 잔의 가격 구성비 자료를 보면 가공비, 유통비, 판매업자의 이윤이 9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운송료와 수입업자 이윤이 4.4%, 세금, 중간상 이윤이 1.3%, 커피생산 농가수입이 0.5%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커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커피의 심장이라 불리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려면 전용 기계가 있어야 한다. 매장용 에스프레소 기계 당 가격은 보통 천만 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커피 매장의 매출을 감안하면 원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스타벅스 매장당 하루 평균액 161만 원에 한 잔 평균 가격을 4천원으로 보면 하루에 402.5잔, 한 달에 1만 2,075잔을 판매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에스프레소 추출기의 원가를 배분하면 커피 한 잔당 69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즉 커피 한 잔이 부담해야 하는 에스프레소 기계의 원가는 커피가격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는 의미다.

스타벅스는 맛이 최상인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세워놓았다. 고유의 로스팅, 블렌드 기법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매년 15만 잔 이상의 원두를 테스트한다. 스타벅스의 커피 전문가들은 매년 240일 이상 여행하며 전 세계 커피재배 지역을 찾아다닌다. 또 엄격한 신선도 관리로 커피 맛을 유지한다. 개봉 후 일주일 이상 지난 원두는 사용하지 않고, 특화된 포장 기술로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커피의 99퍼센트를 차지하는 물도 커피에 가장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의 최종 심사과정을 거쳐 관리한다. 이런 품질관리를 통해 한 브랜드의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그 브랜드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런 노력에 대한 비용 또한 커피 원가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커피가격을 결정하는 심리적 가치 요인

김 이사는 “물질적 가치 이외에도 심리적 가치가 중요하다”며 “카페라테 한 잔의 가격에는 커피원가뿐만 아니라 점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서비스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공간의 편리함과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주변에 있는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좋은 길목에 자리해있다. 주요 지하철 역사나 대학가 등 사람이 모여 드는 곳에서 커피전문점의 간판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커피전문점들의 입지 덕분에 번화가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장소를 찾는 수고는 훨씬 줄어들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비교적 저렴한 커피전문점들은 주요 상권에 입지한 경우가 적고, 있다 하더라도 테이크아웃 위주의 소규모 매장이 대부분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료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지역에 대형 점포를 둔 커피전문점의 가격이 높은 것은 수긍할 만하다. 또 소비자들이 번화가에서 이야기할 장소를 찾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를 더는 만큼의 가치를 커피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을 비롯한 스타벅스 전 직원은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하워드 회장은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 경험’을 판매한다고 정의했다. 경험은 현대사회에 찌든 사람들에게 커피가 사람과 사람, 또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체이며, 가정이나 직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평온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주는 이런 효용은 커피가 주는 즐거움이다.

이런 것들을 모든 지역의 매장에서 동일하게 제공하려면 전체 매장에 동일한 인테리어를 구축하기 위한 자재 공급비용과 설치비용이 든다. 또 이런 공간에서 브랜드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도 하게 된다. 커피전문점은 단순히 고품질의 커피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그들이 창출하는 편안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간을 원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김 이사는 “측정 불가능한 심리적인 편익 때문에 현재의 높은 가격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복잡한 번화가를 벗어나 외진 곳의 맛과 분위기가 훌륭한 카페를 찾는 수고와 시간을 감내한다면 2천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시간이 2천원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는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시간과 수고를 절약하는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사진 박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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