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격이 폭락하면 마약을 재배한다
커피가격이 폭락하면 마약을 재배한다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12.05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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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피협정 효력 상실이 가장 큰 원인

현재 커피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커피가격 붕괴에 따른 전 세계 커피재배 농가의 경제파탄이다.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 중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원두 ‘콜롬비아 아라비카’ 1kg의 가격은 0.02달러 수준이다. 성인 한 사람이 일주일에 커피 60kg을 생산하려면 5달러밖에 벌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 커피생두 가격 붕괴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국제커피협정이 실질적인 효력을 상실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국제커피협정은 1962년 뉴욕에서 개최된 국제연합커피회의에서 수출?수입국 쌍방이 체결한 국제협약이다. 1959년 커피 수출국의 국제커피협정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커피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는 조약이었다. 수출량 할당을 기본 내용으로 해 실질적인 가격규제 대신 생산량을 조절해 과잉재고 처리와 소비를 증진시켰다. 1968년에 제2차 국제커피협정이 체결됐으며, 1973년 협정기한 만료 후 3년을 연장했고 그 후 수급관계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커피협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제커피협정에는 커피시장 안정화로 공산화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도도 작용한다. 주요 커피생산 국가들은 대부분 산업기반이 약하고 소득이 낮다. 서구 선진국들은 이런 국가들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커피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비교적 충분한 보상을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1998년 세계제일의 커피소비국인 미국이 국제커피협정을 탈퇴하자 협정의 실질적인 효력이 없어졌다. 마침 브라질의 큰 수해로 커피값이 급등하자 많은 수출국이 생산량을 급속도로 확대했다. 그리고 다음 해 브라질이 생산량을 회복하자 국제 커피가격은 급락했다.

이렇게 생산량이 늘어난 데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커피생산 약진이 크게 기여했다. 베트남은 1990년 커피 시장에 진출한 이래 커피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때문에 커피 공급과잉은 더욱 심해져 가격붕괴를 가속화했다. 생산과잉으로 인해 현재 세계 커피생산량은 소비량보다 8퍼센트나 많다.

공급과잉과 가격폭락 속에서 커피 농가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불공정거래가 문제로 떠올랐다. 1990년대 초 전 세계 소매 커피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였고, 커피생산 국가들의 커피 수출수익 100~120억 달러는 1/3 이상이 커피재배국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2003년 커피 소매시장은 700억 달러로 배 이상 성장했는데도 커피생산 국가들의 수익은 1990년대 초의 절반 수준인 55억 달러로 줄었다. 이는 소매시장 규모의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불공정거래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2차적인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경제적 빈곤에 빠진 생산국은 커피재배 농민들이 커피농사를 그만두고 마약 재배에 손을 댐으로써 세계 마약공급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또한 커피가격 하락으로 줄어든 경제적 이익을 보상받기 위해 농민들은 더 많은 숲을 개간했다. 화학비료 사용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단위 면적당 재배 나무 수 또한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커피생산국의 토지는 황폐해지고 숲은 벌목되는 등 생산국은 경제적 문제와 동시에 환경파괴라는 2차적 문제를 껴안게 됐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커피를 주요 국가수입으로 삼고 있음을 생각할 때 불공정거래는 단순히 기업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불공정거래는 커피생산국의 경제적 안정과 환경에 영향을 주며 국제 마약시장 확대, 제3세계의 정치?사회적 안정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로 커피 거래가격에 대한 서구사회 비정부기구들의 압력이 거세졌다.

비정부기구들은 일반인에게 불공정무역의 부당함을 알리는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6년 기준 세계 11위 커피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생산국 농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단체로 국내에서는 아름다운 재단이 추진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참고저서 : 「커피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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