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지름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1.12.03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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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위한 20대 멘토, 이지혜<신문방송학과 07> 동문을 만나다

대학생은 청소년과 성년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이들은 고민한다. 난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인물탐구형 인터뷰면 HUE에서 '한양인과 함께 하는 멘토 인터뷰'를 진행했다. 닉네임 '푸르름'님이 추천한 이지혜<신문방송학과 07> 동문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그는 저서 「안녕, 오늘」을 통해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말했다.

▲ <대학로 민들레영토에서 이 동문을 만났다. 경험해 본 인터뷰 중 가장 수다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김유진 기자(이하 유진) : 저서「안녕, 오늘」을 읽다보면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매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간단하게 적은 것인가요. 언제부터 이런 글을 적기 시작했나요.
이지혜 동문(이하 지혜) :  자주 가는 카페가 있어요. 하루는 전 주에 친구와 함께 갔던게 생각나 그 곳을 방문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마득한 거에요. 분명히 즐거웠던 기억은 나는데요. 예쁜 순간을 많이 잊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순간순간 떠오르는 느낌,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어요.

유진 : 저도 중학생 때부터 이름을 건 책을 쓰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어떻게 책을 출판하게 되셨나요.
지혜 : 서른이 되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쓴 글을 모았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모아 둔 것을 읽어 봤어요. 그런데 지금 책을 내야 될 것 같더라고요. 더 지나면 조금 유치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 3개에 기획서를 보냈어요. 그 중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죠.

유진 : 저서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나와 있어요. 살짝 공개해줄 수 있나요.
지혜 : 거창한 건 아니에요. 소박한 걸 좋아해서 제가 좋아하는 카페나 쿠키들을 적었어요.  누군가 목록을 보며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유진 : 지금은 조선일보에서 영어신문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 전에 MBC 시사 교양국에서 작가로 일하셨잖아요.
지혜 : 방송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어 대학생 때 전문 작가 교육원에 다니기도 했어요. 그 곳에서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면접을 보고 MBC 교양국에 들어갔어요. 작가는 PD나 아나운서와 달리 공채가 없어 들어가기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어려워요. 자리가 정말 나지 않거든요.

유진 : 직장을 빨리 옮긴 편이에요.
지혜 :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럼 결국 잘하는 걸 찾아가게 된다고.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 아직도 찾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유진 :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잖아요.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게 보통인데.
지혜 : 제 친구 중에 라디오 PD를 꿈꾸는 애가 있어요. 하지만 시험을 볼 때마다 떨어졌죠. PD라는 한 길만 바라보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어떤 길로 가야 할 지 몰라 하더라고요. 결국은 신문 기자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기자를 하고 있지만 자기는 꼭 PD를 하고 싶다고 말해요. 꿈을 잃지 않고 자기가 관심 있던 분야들을 경험하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죠. 그러면서 배우는 게 많대요. 한 길만 보고 걸어가는 것 보다는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다면 불안할 이유가 없죠.

유진 :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대학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해요.
지혜 : 친구들이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할 정도였어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서울에 가서 공연도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빴죠. 이런저런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아이였어요.

유진 :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로서 대학시절에 해보지 못해 후회가 되는 것이 있나요.
지혜 : 한 과당 친구 한 명을 사귀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때는 먼저 다가가지 못했어요. 공연을 보러 다녀도, 여행을 다녀도 친한 친구와만 어울렸죠. 대학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아직도 이루지 못해서 아쉬운데 저 대신 이뤄줘요.

유진 : 여성가족부에서 기자 활동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지혜 :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했어요. 6개월이 임기인데 제가 계속 하고 싶다고 하니까 연장해 주더라고요. 기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제 성격까지 바뀌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죠.

유진 : 인터뷰이는 직접 찾는 건가요.
지혜 :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여행이라고 해봤자 처음 보는 역을 하나 정해서 무작정 가는 식이죠. 잘 알려지지 않은 역들 중에 정말 예쁜 곳이 많아요. 하루는 어느 역에 갔다가 벽화 디자이너를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더니 하나씩 완성이 되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그 분을 설득해 인터뷰를 했어요. 저는 많이 알려진 사람보다는 그런 분들이 좋아요. 독자들이 제 기사를 보고 처음 그 분들을 알 수 있게 말이죠.

유진 : 소박하지만 특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별한 경험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지혜 : 대학교 2학년 때 고향인 대구에 내려갔는데 ‘별이 빛나는 밤’에 일일 DJ를 구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한 번 지원해봤는데 최종 예선까지 올라갔어요. 방송연예과 학생, 붙임성 좋은 아줌마 등 누가 봐도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았는데 제가 DJ를 했어요. 청취자들이 사연도 보내주고 문자도 보내줬어요. 당시에는 보이는 라디오가 나오기 전이라 정말 다행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시작 전엔 엄청 떨리더니 마이크 앞에 앉으니까 상황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유진 : 항상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시나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혜 : 아까도 말했듯이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계속 글은 쓸 것 같아요. 목표를 이루고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이 목표가 종점이 아닌 중간지점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봐요.
 

밝은 그의 목소리만큼 시종일관 밝은 인터뷰였다. 자신은 인터뷰하기에 부족하다며 걱정한 그였지만 조곤조곤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경험을 하라고 조언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슴깊이 와 닿았던 이유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조언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진 류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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