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의 절대적인 승자는 없다
인생 게임의 절대적인 승자는 없다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11.26
  • 호수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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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요구로 지난 25일 입학처와의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의 발단은 자유게시판(이하 자게)에서부터 시작됐다.

매년 실제 입시성적보다 낮게 제시되는 배치표와 입학처의 홍보 부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자게와 커뮤니티 유저들은 입학처장을 학생들 앞으로 끌어냈다. 한양대의 입시 홍보 수단의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는 명목으로 열린 입학처 공청회는 학생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입학처는 변명하기에 급급한 자리로 변질됐다.

이 자리에서 입학처는 매년 낮게 제시되는 입학성적 배치표에 대해 사설학원에서 쏟아내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며 학생들을 타일렀다. 하지만 학생들은 배치표 성적이 이른바 ‘네임 벨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낮게 제시된 배치표 성적을 수단을 가리지 말고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리한 주장을 계속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학생들과 교직원은 입학 성적 배치표가 학벌주의 사회에서 자행되는, 각 사립대학의 로비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알고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우리학교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을 더 이상 보지 못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민감한 반응이 한양대의 네임 벨류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속한 대학 순위에 목숨 걸고 대학 입시나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저평가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에 따라 나타나는 대학 서열화를 인정하는 꼴이다.

또 ‘한양대’라는 이름에 자신의 가치를 의존하고 학벌주의에 편승하려 하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배치표 저평가 논란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반응은 대학 졸업장에 따라 개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 대학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에 앞으로의 삶에서 큰 노력 없이 편안한 삶을 영위하겠다는 부정적인 해석으로 이어진다.

대학 입시경쟁에서 절대적인 승자는 없다. 인생 게임 1차전에서 모두에게 이겼다고 인정받는 서울대생들 또한 각 학과의 미묘한 입학 성적 차이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이는 대학 서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생이 벗어날 수 없는 경쟁의 굴레다. 즉 일정부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대학 입시라는 게임에선 우리학교 학생들도 승자는 아니다.

이미 이길 수 없는 게임에 연연하는 것, 대학이라는 넓은 사회에 발을 디뎠음에도 이전 미숙했던 시절 어른들의 말만 듣고 최고로 여겼던 가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안쓰럽다. 기자 역시 고등학교 시절 상위에 랭크된 대학 입학이 인생 최대의 과제였다. 주변의 유혹은 많고 아직은 여물지 않았던 때에 그대들의 성실함과 의지, 노력은 높게 살만하다. 그렇기에 입시결과와 대학 서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이미 서열화된 가치에 승자가 되지 못했다면 서열화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스펙이라는 서열을 용인하고 또 재생산해내고 있다. 서열을 위해 경쟁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인생이라는 게임에 절대적 승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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