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도자가 된다는 것
좋은 지도자가 된다는 것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11.19
  • 호수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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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에선 어설픈 비판의 날을 들이대지 않으려 한다. 행동하지 못한 채 타인의 잘못만을 지적하기 급급한 어리석은 글은 잠시 뒤로 미뤄두려 한다. 한대신문 기자로서 비판자의 역할이 아닌 학생들이 꾸려가는 신문사의 편집국장으로 내 후배들과 학생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변혁시키며 각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 전임자가 행했던 과오를 범하지 않고 자신이 구상했던 조직의 모습을 오롯이 실현한다는 것, 자신을 다그치는 이가 없어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이는 기자가 편집국장이라는 자리를 처음 맡을 때에 되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편집국장이라는 자리가 너무 익숙해 그 가치가 소홀하게 여겨지는 지금, 후배들을 위해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는 약해지고, 스스로가 모범이 되겠다는 다짐은 나태해졌다. 또 현실에 급급해 신문을 발행하고 고달픈 현실을 바꿔주지 못한 채 구성원들에게 어려움에 적응하고 버텨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처럼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의 신임을 받으며 좋은 지도자가 된다는 건 아무래도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학보사는 치기 어린 20대 초반들이 모여서 해결해야하는 일들은 많이 생기고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도자가 내린 결정은 돌이켜보면 어리석기 그지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처음의 열정만으로는 22살짜리 지도자가 부딪히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기에 많은 어린 리더들이 선택했던 방법은 후배들에게 지도자가 갈등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감추는 것이었다. 일부러 강한 모습을 보이고 합리적인 고민을 통해 결단을 내리려하기보단 구성원들 앞에서 결단을 내리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나이엔 맞지 않지만 자리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후배들에게 좀 더 엄격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편집국장이 스스로 외로워지는 방법이다.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고 고민의 과정은 철저하게 가려져야 한다. 물론 아직도 사회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과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22살의 편집국장이 머리를 싸매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지게 된다.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일이 수월하게 해결되지 않고 구성원들은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후배들에게 좀 더 강하게 대하고 때로는 억지 쓰는 모습까지 보여주게 된다. 곧 고집만 부리는 어리석은 22살짜리 뒷방 노인네가 돼버린다.

기자도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명하고 따뜻하며 권위 있는 지도자가 되는 방법을. 또 기자를 포함한 어린 리더들은 스스로는 영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얕은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하는 어리석은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 길을 걸어온 이들의 말은 듣지 않은 채. 그렇기에 우리는 현명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뒤돌아봐야만 아는 것들을 당시엔 깨닫지 못한 채 성장해갈, 절대 현명해질 수 없는 22살의 지도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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