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만이 생존한다
「프로」만이 생존한다
  • 한대신문
  • 승인 2006.03.05
  • 호수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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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정 기 인 <경상대 경영학부> 교수
요즘 대학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수들의 좋은 논문 건수증가보다 졸업생들의 취업이 안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저학력자들보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형편없고 그 경향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취업이 됐다 해도 얼마나 다닐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정보화와 함께 고도의 사무기능과 정보획득이 첨단의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대체되기 때문이다. 헤리 덴트는 그의 베스트셀러인 『Job Shock』에서 “앞으로 기업에서 이지적이고 계산적인 사무 분야는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고 창의성과 감성이 필요한 부분만이 인간이 할 수 있도록 남겨진다.”고 말한다. 기업들도 단순한 개혁만으로는 부지할 수 없어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조직을 축소하고 인원감축을 하는 등으로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하고 있다. 이런 때문에 자신의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팽개치고 공무원이나 초등학교 교사 같은 보장된 직업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대학생들이 삶의 의미와 취업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고 있는데서 생기는 사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회의 경쟁이 보다 광역화되고 단기적으로 되었기 때문에 프로만이 생명을 유지한다. 독점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권투는 클린치 같은 수법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판정시비나 실력을 위장할 수 없는 이종격투기에 의해 영역이 침범당하고 있고 축구도 수비보다는 공격위주로 해야 관중이 모인다. 마찬가지로 기업경쟁에서도 스포츠의 프로들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자본, 토지, 임금, 기술력으로 해결하던 우리의 가격 경쟁력은 이미 상실한지 오래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특유의 지독한 정신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취업보장은 없다. 이제 우리는 직업에 대한 ‘프로 정신’만이 우리의 살길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주변생활에서 가장 처절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든다면 속된 예가 될는지  모르지만 노름판을 들 수 있다. 눈앞에 놓인 돈을 보고 따먹기 하는 노름판의 한순간은 기업의 투자와 이윤이라는 느긋한 경쟁보다 더 절박하고 리얼한 것은 사실이다.
노름판에서의 승리는 새벽에 가서야 판가름 난다. 초저녁의 승자는 새벽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새벽에 자리를 뜰 때 판돈을 휩쓴 사람이 결국 승자인 것이다. 이 승자를 가리켜 ‘끗발’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대학생들도 이러한 끗발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마치 초저녁에 돈 좀 땄다고 기뻐하는 처지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이 끗발이란 것은 무엇인가? 처음은 비록 미약하더라도 도중에 꺾이지 않고 끝내는, 그리고 꼭 이겨내고야 마는 그 끈기(根氣)가 바로 끗발이 아닐까. 끈기는 정신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체력만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기(氣)의 영역으로서 인간이 달인의 경지에 도달 할 때에 생기는 특이한 현상인 것이다. 이것이 ‘프로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프로」는 자기의 일을 ‘氣를 써서’하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승복을 받으며 이론의 여지가 없기에 진정한 승리자인 것이다. 독일의 마이스터나 우리나라의 장인정신은 프로정신인 것이다. 프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프로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다. 또한 프로는 한계상황을 극복할 때 탄생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한다면 프로가 될 수 없다.
필자는 베트남전쟁 초기에 해병대의 보병 중위로 참전하였다가 고엽제에 오염되어 약 20여 년 동안 생사를 넘나들다가 기(氣)를 연마한 덕분에 생명을 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3시간에서 5시간의 수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였건만 20여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치료가 된다는 것을 체험 한 것이다. 즉, 氣는 짧은 시간에는 형성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지금을 보지 말고 일생을 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끗발을 세워나간다면 아마도 언젠가 프로가 되어 시작보다 끝이 장대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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