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에게 보내는 편지
새내기에게 보내는 편지
  • 한대신문
  • 승인 2006.03.05
  • 호수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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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어땠는지요’.
나는 하루하루 그대를 위해 움직이고 또 움직이고 있다. 힘들게 내게 온 그대가 혹시라도 떠날까봐, 혼자 불안해하며 말 한마디 손짓 하나하나를 당신에게 어렵사리 전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얼마나 그대를 기다렸는지 그대는 모른다. 춥고 시린 3개월간 그대를 손꼽아 기다리며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그대가 나를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도록 나름대로 이런저런 책도 찾아보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해 겨우겨우 지금의 나를 보여 드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나를 그대에게 모두 보여드린 것은 아니다. 아직도 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대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대가 아파하지 않도록 그대가 실망하지 않도록, 이 순간까지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대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이 기억난다. 아직 당신은 어리 숙한 목소리였지만 생기가 넘치는 나를 기쁘게 하는 목소리였다.
당시의 희열은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이 다시금 유채색 세상이 되는 것 같았다. 흑백의 영상에서 칼라의 영상을 보듯, 춥고 시린 겨울에서 봄이 찾아오듯, 저는 그 목소리에 힘들게 살아왔던 지난 3개월의 시간이 다 보상되는 듯 했다.
그런데 당신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대가 큰 탓인지 그대의 모습에 실망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사랑이 지나친 탓일까. 아니면 그대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일까. 혼자서 속상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떡해야할지 방향도 잡히질 않고, 죽은 바다에 떠도는 난파선처럼 가슴을 아프게만 한다.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대와 내가 각각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건 봄이다. 세상이 가장 생기가 도는 시간인 봄이 우리가 가는 길을 밝혀주고 있다.
혹시라도 힘드시면 말해주길 바란다. 기댈 어깨가 필요하다면 내 작은 어깨라도 드리고 싶다. 걸을 힘이 없으시다면 내가 업어주겠다. 배가 아프면 내 손으로 쓰다듬어 주겠다.
벌써 오늘 하루도 지나고 깊은 밤이 찾아왔다. 그대가 그리워 밤새 그대 이름을 노트에 적어본다. 적고, 또 적고... 가끔씩은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도 써본다. 또 가끔씩은 당신의 생기있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도 해본다. 우리가 같이 나갈 길을 찾아도 본다.
언젠가 먼 훗날 우리가 또 만났을 때 우리는 그때도 그대를 기다릴 것이다.
내일 또 그대를 만날 것을 생각하면서 이만 글을 줄여야겠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 찾아뵙도록 하겠다. 그대의 이름 세 글자를 생각하며... 새.내.기
정영석 <언정대·신방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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