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의 딜레마
총여의 딜레마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11.12
  • 호수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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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학우와 함께할 수 있는 더 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되겠습니다”
ERICA캠퍼스에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총학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와 함께 총여 선본도 학생들의 표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이들은 여학생의 복지에만 치중하지 않고 학내 구성원을 모두 아우르는 총여가 되겠다고 한다. 이는 선거 마다 제기되는 총여 존재의 당위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매년 등장하는 문구다.

총여학생회는 90년대 대학 내 여성 주의 운동이 활발할 때 총학생회와는 별개로 여학생을 위한 자치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성주의 쇠퇴 이후 총여에 대한 당위성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이에 많은 총여 선본들이 남학생도 함께할 수 있는, 모두와 함께한다는 모토를 내세웠지만 이 또한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과 지금까지 보여줬던 활동이 너무 미미할 뿐더러 학생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총여 또한 그들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취업특강 마련 △졸업 메이크업 행사 △시험 기간 담요 나눠주기 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는 총학생회의 복지 사업과 각 단과대 학생회가 추진하는 사업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학생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학생회비를 사용한다는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또 총여의 역할을 실현할 수 있는 생리 공결제 제도 간소화 등의 큼직한 의제는 이제까지 모든 총여 선본이 내세웠으나 학교와의 협의 결렬, 사전 조사 미비 등의 문제로 이행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총여는 여성주의가 지향하는 소수자와의 공존 문제 또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 더 이상 소외계층이 아닌 여성을 넘어서 학내 외국인 유학생,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학생자치 기구가 되지 못했다. 이는 매년 총여 존재의 당위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ERICA캠퍼스 총여 선거에 출마한 선본 또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예년 총여와 같이 총여 존재에 대한 고민과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선출한 듯하다. 예전 총여가 제시했던 공약을 고민과 사전 조사 없이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포부만 앞세운 채 또 들고 나왔으며 그들의 세부 공약은 미미한 행사 주최에만 그친다.

총여는 앞서 제시했듯 총학이 배려하지 못한 학내 계층을 위한 자치기구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역할에 대해 한 끗만 더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부분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총여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제기됐던 비판과 이미 사회적 약자가 아닌 여성들을 위한 기구라는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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