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속 또 다른 삶의 공간을 만나다
지하 속 또 다른 삶의 공간을 만나다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1.11.12
  • 호수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철 정거장의 최우선은 ‘이용자의 안전’

수험생 재혁이는 수능이 끝난 기념으로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시청역에서 1시까지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재혁이는 집과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노선도를 확인하고 안내표시를 따라가니 마침 지하철이 도착해 있었다. 환승통로를 지나 지하철 정거장이 안내하는 대로 가다보니 시청역에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다.


지하철 정거장, 마음이 편안해야

지하철은 하루에 64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이다. 지하철은 단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을 이동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지하철은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필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성호<한양사이버대 공간디자인전공> 교수는 “지하철은 상업시설도 아니고 공공시설도 아니다”라며 “일부를 제외하고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특수성을 지니기 때문에 그 어떤 시설보다 안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지하철 역사의 모든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데 각 역은 크게 공간요소와 시설요소로 나뉜다. 공간요소에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지하철 정거장의 대합실과 승강장 벽면은 일정한 이격거리를 두고 형성돼 있다. 이격거리란 벽과 벽의 거리를 말한다. 이격공간은 외부에서 스며드는 빗물 등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다.

최 교수는 논문 「공공디자인 측면에서의 지하철 정거장 디자인 접근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격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벽면의 굴곡을 보정하거나 이동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장면은 ‘간접조명으로 여유 있는 승강공간을 마련한다’는 원칙을 토대로 건설한다. 최 교수는 “이용자가 이동할 때 천장의 빛이 직접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한 대합실과 승강장의 바닥면에는 대체로 강도가 센 화강석이 사용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움직임을 버텨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이런 공간요소 외에 부가적인 안내표시, 편의시설 등 시설요소 또한 이용자 중심으로 배치돼야 한다. 최 교수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 어떤 상황에서도 잘 보이는 곳에 출입구 및 환승통로의 안내표시를 해야 한다”며 “방재시설 및 편의시설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 이런 시설요소들을 통합하고 규격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하’라는 특수성을 잊지 말아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하철에서 보이는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 안전이 가장 중요시되는 특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과제다. 최 교수는 “지하철 이용자들이 지하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출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다르게 외국의 지하철은 출구가 하나뿐이다. 최 교수는 “외국의 지하철은 우선 사람들을 빨리 안전하게 지상으로 보낸 후에 길을 판단하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지하철의 특수성을 생각했다면 출구를 이렇게 많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출입구와 환승역이 외국의 지하철보다 많기 때문에 이용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인체계가 중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호선색의 상징인 ‘띠’의 위치가 모호하다. 최 교수는 “외국의 경우 사람이 아무리 밀려도 띠가 천장과 벽 사이 모서리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쉽게 볼 수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띠의 높이가 낮아 사람이 많으면 띠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화방재시설도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방재시설 배치에 관한 법적 규정이 있지만 외국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정거장의 공간요소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불필요한 기둥들이다. 이는 이용자들에게 답답함을 주게 된다. 최 교수는 “이 부분은 기둥부분의 디자인을 변경해 공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디자인 측면에서 지하철은 활용 빈도에 비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 교수는 “공간요소들을 비롯해 시설요소들이 동일한 규정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공간에 효율적인 사인체계를 부가해 지하철 정거장의 가장 중요한 공간특성인 ‘신속한 이동성’의 구축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논문 「공공디자인 측면에서의 지하철 정거장 디자인 접근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 「지하철 공간 디자인에 있어 이용자 중심 접근 방법에 관한 연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