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지 않는 그대가 겪어야 할 것들
투표하지 않는 그대가 겪어야 할 것들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11.05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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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학생회(이하 총학)선거에 ‘투표하겠다’고 대답한 학생의 비율 54.7%.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46%의 학생들 중 대다수는 학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변했고 또 어차피 투표해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단지 “우리학교 학생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라는 이유로 투표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는 투표용지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긴 처사다. 총학 선거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지난 2010년도 서울총학은 두 번을 거친 보궐선거를 통해 겨우 선출됐다. 3월 말에 선출된 총학생회장이 8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학생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적었다. 겨울 방학에 이뤄지는 등록금 협상 또한 차질을 빚었다. 독자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총학생회장 대신 단과대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를 중심으로 등록금을 협상했고 이는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갈등을 낳으며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또 총학생회 중심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복지 사업 또한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내세운 공약 중 50% 정도밖에 실현시킬 수 없었으며 뒤늦게 선출된 총학생회장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또한 적어질 수밖에 없고 우리학교 학생을 대표한 목소리를 외부에 표출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낮은 투표율로 학교 측과 맞설 수 있고 학생들의 바람을 조금이나마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이자 통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낮은 투표율은 총학생회의 부재로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대표성의 상실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 체결 과정 중 학생들은 고려대상에서 간과된다.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의 편의와 일부의 이익에 따라 학교 정책이 결정될 수 있는 것이며 학내에서 학생들이 주체에서 객체로 격화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성정치권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다. 낮은 투표참여율을 보였던 20대와 대학생을 위한 정치인과 정부가 없었듯 학생을 위한 대학은 없다. 이전까지 20대가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정치적 권리를 포기했듯 스스로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학내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나는 투표하지 않는다. 투표를 해도 바뀌지 않을 대학사회에 나는 어떤 의사도 표출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학생으로부터 멀어진 학교를 만들었다. 또 이같은 생각은 학교와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전폭적 지지가 없어도 되는 학생회장이 선출됐다. 학생들의 낮은 투표율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성정치권에서 젊은이들의 정치참여와 새로운 바람이 나타나고 있듯 이번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학교의 주체인 학생을 위한 학내정치판이 꾸려져야 한다.

투표를 하지 않은 당신, 앞으로 대학사회의 변화는 없다. 그대를 위한 학교도 없다. 그대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학생회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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