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보다 더 무서운 것
마녀 사냥보다 더 무서운 것
  • 서동호<산학협력실 연구지원팀> 팀장
  • 승인 2011.10.09
  • 호수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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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말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및 북아메리카 일대에서는 마녀나 마법 행위에 대한 추궁과 재판 그리고 형벌을 시행하는 이른바 ‘마녀 사냥’이 성행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마녀 사냥은 존재해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폭력이나 절도 정도의 레벨로 인식하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민중재판을 통해 처리했고 그 형량 또한 무겁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세에 들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이 아니었음에도 악마가 인간이나 동물 등을 이용해 악한 행위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근절하려 애써왔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악마의 하수인으로 여겨진 인간에 대한 규탄이 있었다.

이후 마녀 재판이라 하여 로마 교황청의 주도 아래 이단에 대한 심문이 활발해졌으며 수백만 명이 희생됐다.

마녀 사냥은 다양한 명목으로 사용됐는데 백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던 잔 다르크가 영국에 붙잡혀 화형에 처할 때 받았던 그녀의 죄목은 적국의 장수가 아닌 바로 ‘마녀’였다.

이런 야만적 행위가 지속적으로 시행됐던 것은 놀랍게도 최근까지여서 유럽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에서는 1970년대 말 이후에야 공식적으로 마녀재판이 사라졌다.

그리고 2003년 3월 5일 요한 바오로 2세의 지시에 따라 교황청은 《회상과 화해 : 교회의 과거 범죄》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표해 과거 교회가 하느님의 뜻이란 핑계로 인류에게 저지른 각종 잘못을 최초로 공식 인정했다. 이때 마녀사냥에 대한 잘못도 인정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톨릭의 이름으로 사죄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마녀 사냥은 인터넷 속에서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는 특히 연예계에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진실’, ‘타블로’, ‘MC몽’, ‘강호동’ 등의 사건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당함을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인터넷 속 사람들은 이를 수긍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마녀 사냥을 통해 보이지 않는 화형식을 거행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대중 앞에서 사라졌거나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도 발생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비수 같은 댓글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 같은 형태의 테러는 과거 화형에 처했던 것보다 정신적 압박이 더 강하고 오래 지속돼 오히려 더 잔인하다. 때문에 오늘날에는 마녀 사냥을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특정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누군가를 공격함에 거의 병적으로 달려들어 무참하게 부숴놓는 사람들. 그들에게 동전의 양면성이나 역지사지의 생각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마녀사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틀 안에서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저지르는 속단과 맹목적인 비판이다. 이것이 존재하는 한 마녀 사냥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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