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에서 심부름을 나갔다가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용산 여자 초등학생 성추행·살해 용의자로
한 동네 사는 50대 남자가 검거됐다. 지난 1월에는 속칭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피의자가 법망에 걸렸다. 또 지난 26일에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대상은 이웃집 아저씨에서 국회의원까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관련 상담 내용 건수는 지난 2002년 5천1백71건에서 2003년
7천1백29로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인에 의한 성범죄 피해가 77%에 이른다. 성폭력 범죄가 대부분 아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원사 사무국장은 “이러한
성범죄들은 수많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라며 “성범죄는 여성을 언제든지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아동 성범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 성범죄 전담 기구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 피해자 중 7세미만 아동이 전체의 절반(53%)을 넘어서고 있어 학령 전 아동에 대한 보호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주었다.
성폭력의 발생원인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먼저 남성들의 성차별적인 잘못된 인식을
일순위로 꼽았다. 실제로 대전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0일 ‘발바리’ 사건에 대해 “90년대 중반 이씨가 택시운전사로 일할 때 한 여성 취객이
자신을 업신여기는데 격분, 뒤를 쫓아가 성폭행한 것이 연쇄 성폭행의 발단”이라고 발표했다. 사회에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직책이 낮고, 신체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들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생각이 여전히 남성들 인식 속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잘못된 성인식은 최 의원의 성추행 물의 직후 제2의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한 국회의원의 글에서도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은 ‘봄의 유혹’이라는 글을 통해 최 의원의 성추행을 논평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라면 어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겠는갚라며 여성비하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잘못된 성문화 인식 속에는 사회 곳곳에 산재한 유흥업소도 일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구에 따르면 등록된
접객업소는1만2천4백31개(2006년 2월 현재)로 이중 유흥주점 3백71개, 단란주점 6백17개, 안마시술소 54개로 집계돼 있지만, 무허가
퇴폐업소가 다수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성범죄 대책들이 법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뿐,
성범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하는 대책들은 드물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전자팔찌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고 열린우리당
여성 의원들은 “성범죄자의 집에 문패를 달자”고 제안했다. 그 외에도 각 관계부처에서 성폭력 관련 대책이 연달아 나오고 있으나 법제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원사 사무국장은 “제도적 측면도 측면이지만 성범죄와 관련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성범죄는 로맨스나 에로틱한 사랑이 아닌 한 인간에게 폭력을 가하는 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