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그들만의 대학‘개혁’
교과부, 그들만의 대학‘개혁’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9.25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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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대학 구조조정으로 40년 전통을 가진 순수 예술대학이 하루아침에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인문·예술과를 운영하는 대학교들, 나아가 우리나라 교양에 관한 몰상식한 조치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부실 대학’ 명단에 오른 추계예술대학 학생들의 외침이다. 학생들은 취업률이라는 지표만으로 해당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공분했다. 이어 추계예술대학 교수가 전원 사퇴 결의해 부실 대학 선정에 맞서고 있다.

또 △충북대 △강원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학 또한 구조개혁 대상에 포함돼 이 같은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의제가 강조되면서 특히 올해 교과부는 엄격한 대학 구조조정 및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상회하는 현재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을 정리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등록금 지출을 줄이겠다는 심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지표에 의존한 평가와 구조조정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교과부가 제시한 구조개혁 대상 대학 선정 기준인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국제화 등은 대학의 본질적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또 교과부의 평가 기준에 맞추기 급급한 대학 정책 방향 또한 대학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다.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은 취업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초 학문 중심 학과를 축소하고 단기간에 충원율과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또 이러한 평가 지표 발표는 지방 국립대 진학보단 서울시내 대학에 진학하려는 과열 양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대학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손쉬운 방법으로 대학을 정리하고 눈에 보이는 지표를 위한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

교과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개혁’, 즉 양적 숫자의 구조조정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킬지 의문이 든다. 또 부실대학 정리 이후에 대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는다. 해당 학교의 학생, 교직원의 실업 등 대학 구성원의 의견과 처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학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손쉬운 방법으로 대학을 바꾸려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 교육에 대한 장기적 계획과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행해지고 있다. 먼저 우리에게 대학 교육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대학은 세대를 초월한 가치를 제시하고 연구하고 추구하는 곳이다. 국가의 미래와 함께하는 곳이다. 현 대학 구성원의 비전을 실현시켜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대학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실 문제에 급급해 대학의 본질을 잊은 듯하다.

먼저 대학 구성원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과부라는 행정조직에 갇힌, 그들만의 개혁이 아닌 대학이라는 공간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개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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