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사람을 위한 것, 법리 해석에만 치중해선 안돼”
“법은 사람을 위한 것, 법리 해석에만 치중해선 안돼”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1.09.25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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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수로 임용된 이홍훈 전 대법관

▲ 이홍훈<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이홍훈 전 대법관이 신임됐다. 이 교수는 지난 1961년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1972년 제14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40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지만 이제 환갑을 훌쩍 넘어 야인으로서 인생을 평안히 마무리하고 싶다는 이홍훈 교수. 그는 지난 40년을 어떻게 되돌아보고 있을까. 또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지난 15일 교수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고등학생 땐 이과였는데 어쩌다 법관의 길로 접어들게 됐나.

예전부터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연구원이 적성에  맞는다 생각했고 학창시절엔 물리학에 큰 흥미가 있었다. 특히 당시 떠오르는 학문이었던 원자력공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공계 진로를 걷기 위해선 대학 진학은 물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러기엔 집안사정이 넉넉지 못했고 진로를 돌려야 했다. 인문계열 중에서 법학에 관심이 있어 지원했다.

법관은 판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젊은 마음에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사법고시 공부에 바빴을 텐데 굳이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순수한 열정을 지닌 나이에 당면한 시대 상황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곳저곳 운동이 벌어지는 거리를 찾아다녔다. 시위사범으로 몰려 쫓겨 다니다 학과 교수님 댁에서 숨어 지낸 적도 있다.

당시 나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암울한 사회 현실에 고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내 갈 길을 찾아 가야 했다. 고민 속에 방황하다 현실에 마주쳐 공부를 시작했다. 졸업 후 안양사에서 지내며 사법고시에 매진했다. 3번의 실패 끝에 합격했다.

40년 가까운 법관 인생을 마무리 했다. 만족스럽다고 느끼나.

올곧게 살아오려 노력했지만 칭찬 받을 만한지는 모르겠다. 법관 생활 초기에는 이전의 신념을 지키기 힘들었고 재판다운 재판을 하기 어려웠다.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뤄지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으로 갈망했던 헌법정신을 구현하러 조금이나마 힘쓸 수 있었다. 집시법으로 재판에 올라온 사람들을 집행유예로 풀어주곤 했다.

‘법’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또 올바른 판결이란 무엇인가.

법은 ‘정의’다. 정의란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조문에 나타나 있는 것들을 정의라 한다. 인간의 존엄성, 법 앞의 평등 등 일반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이 헌법에 담겨 있다.

올바른 판결은 이 ‘정의’에 부합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법리만 적용하다 보면 본질적인 정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리를 적용하기 전에 ‘정의’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학교 교수로 재임하면서 후학을 기르게 됐다. 그들에게 남길 말은.

물질을 생각하지 않는 정의로운 법률가가 됐으면 좋겠다. 돈이나  위신을 생각하지 마라. 보수가 많지 않다. 법관이 되면 무거운 책임 못지않은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한다. 가족들에게 물질적으로 못 해준 것이 많아 아직까지도 미안할 정도다.

항상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법조인이 됐으면 좋겠다. 사회와 헌법정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마라. 올바른 법 해석을 위해선 법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머리는 냉철하더라도 가슴은 따뜻해야한다. 냉철하게 법리에 맞는 공평한 판결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으로 법을 적용받는 사람들의 감정과 양심을 이해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법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명심해라.     
                            
사진 류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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