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출현, 그리고 한양대
‘왕’의 출현, 그리고 한양대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9.20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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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에 외교부라고 쓰인 번호판을 단 고급 승용차가 등장했다. 이들의 출현으로 캠퍼스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사람들은 분주해졌다. 고급 승용차에서 외교부 직원과 함께 내린 이는 아랍에미리트 구성 국가 중 하나인 샤르자의 국왕 셰이크 술탄 빈 무함마드 알 카시미에(이하 셰이크)였다. 셰이크는 샤르자의 고위 관리자, 아랍에미리트의 언론 관계자 등을 대동했고 아랍에미리트 방송에 ERICA캠퍼스가 비춰졌다.

우리학교 정치학 명예박사를 수여받기 위한 셰이크의 방문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의 한양대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사건이다. 임덕호 총장이 직접 학위를 수여하고 우리학교 한국무용을 보여주는 등 극빈 대접을 통해 그의 학위 수여를 교류의 상징으로 보여줬다. 이는 학교의 대외 협상 능력을 나타내는 행사였다.

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또한 전 대법관 출신으로, 사회 저명인사를 교수로 채용했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다수의 언론이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학교는 대외적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려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총장 취임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다. 취임 당시 내실화와 대외적 이미지를 제고해 위상을 높이겠다는 총장의 선언이 현실화되는 듯 하다.

이번 학기에는 다른 해보다 많은 신임교수를 임용하고 학교 경영 시스템을 경영 부총장, 교학 부총장으로 나누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며, ERICA 캠퍼스 부총장, 대외협력처장 등 주요 인사에 새로운 인물을 세우는 등 총장의 의지의 실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으로 조금은 겁이 난다. 임덕호 총장이 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는 모든 행정 조직 단위의 분권화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문제는 학생들이 체감하는 곳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각 단과대별로 학생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다르고 돌아가는 혜택이 다르다. 대학생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매년 입상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는 공학대의 한 학회의 경우 단과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

이는 해당 단과대에 학회가 타 단과대와 비교해 그 수가 많고 학회에 대한 단과대 운영 팀의 철학이 타 단과대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오히려 성과에 따른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임덕호 총장님은 완고한 성격을 가졌다”며 “앞으로 총장님의 의지대로 학교가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제기한 문제는 큰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사소하고 작은 문제다. 하지만 CEO 스타일 총장이라 불리는 임덕호 총장의 의지에 따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문제가 간과될까 걱정이 앞선다. 오히려 작은 문제에 학생들은 일희일비하고 의욕의 정도가 달라진다.

학교는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엔 총장이 있다. 이러한 파도 속에 학생이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중심엔 학생과 함께하는 총장이 있어야 한다. 변화 속에서 학생이 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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