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제명 대상자인 그들
‘사실상’ 제명 대상자인 그들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9.05
  • 호수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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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결석을 4번 이상 하면 해당 과목은 실력 여하와 관계없이 무조건 F다.

지금까지 열린 ERICA 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정기회의에서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F학점의 출석률을 보여줬다. 총 32차 회의 중 11번을 연속으로 빠진 단과대 학생회장을 비롯해 건강상의 이유로 방학 중 회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은 중운위 위원도 있었다.

이는 매년 출석률이 낮아 비판 대상이 되는 ‘노는 국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대는 핑계 또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파행 정치권 인사와 같은 말을 반복한다. “건강이 악화돼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 있다.” 기자가 듣기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또 국회와 같은 한 가지는 중운위 위원들 또한 자신들이 속한 단체 구성원의 지지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부여 받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특정 단과대 학생회장의 빈번한 회의 결석은 해당 단과대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중운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단과대별 학생 복지 사업이 진행될 수 없을뿐더러 공동 사업 진행 또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운위를 구성하는 각 단과대 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 회장, 총여학생회 회장은 수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설 수 있는 자리이며 중운위 위원은 단과대 학생들과 다수 학생의 대표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정책운영방향에 이를 반영시킬 의무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또한 이들의 의무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은 각 단과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지지하는 학생들을 대신해 그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들은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주어진 자리에 대한 의무를 져버렸다.

중운위를 주관하는 총학생회장 또한 본인의 책임을 간과했다. 매 정기회의마다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했으며 ‘불량’ 중운위 위원에게 어떠한 제제 조치를 가하지 않았다. 중운위 발의가 가능한 최소 인원만 넘으면 형식적 구색만 갖춘 중운위 회의를 진행했다. 이는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국회의원 제명안 부결로 비난 받았던 ‘제 식구 봐 주기 식 정치’와 머리수 채우기에 급급한 국회의 ‘허당 본회의’와 다르지 않다.

중운위 위원들은 선거 운동 당시 실현하고 싶은 각 단과대의 청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그 당시 그들의 열정은 진심이었다. 그 진심이 학생들을 움직였고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역할이 주어졌다. 하지만 현재 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당시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자 회의 출석은 모든 책무 이행의 출발이자 그들이 꿈꿨던 청사진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학생들이 손에 쥐어준 학교 변화의 가능성을 제 스스로 놓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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