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일찍 올라타세요
버스에 일찍 올라타세요
  • 류민하 기자
  • 승인 2011.06.06
  • 호수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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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공유하다, 박현우<이노레드> 대표

매일 아침, ‘이노레드’의 직원들은 회의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하루의 첫 번째 특별한 기억을 선물받는다. 게릴라소풍, 시네마데이 등 이노레드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박현우 대표는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동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행복을 공유하는 회사



디지털 마케팅 대행업체 ‘이노버스’는 얼마 전 열정을 의미하는 ‘레드’를 넣어 회사명을 이노레드로 바꿨다. 이미 업계에 알려진 기업이름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름을 바꾸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타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던 자회사 이노버스가 스스로의 힘으로 서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제 2의 창업’이라고 표현했다.

“직원들이 많이 아쉬워했죠. ‘버스에 누가 탑승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버스론에서 영향을 받은 이노버스의 의미도 좋았고 어감이 귀엽잖아요. 그래도 ‘이노레드’라는 이름이 스케일이 커졌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4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마케팅의 성공은 혁신과 열정 두 가지가 결합될 때 절정에 이른다는 걸 느꼈어요. 아무리 혁신을 추구해도 열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어요. 반면에 열정이 있으면 되게 무모한 전략과 기획이었는데도 성공하더라고요. 정말 열정이 중요하다 싶어서 이노레드로 이름을 정했죠.”

이노레드는 스스로를 중소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이라 부른다. 작지만 단단한 이 기업은 2년만에 연매출 20억을 달성하고 4년만엔 연매출 60억을 바라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5년안에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노레드의 중요한 고객들 또한 존슨 앤 존슨, SK텔레콤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들이다. 하지만 그에게 VVIP 고객은 바로 이노레드 직원들이다. 이노레드가 이렇게 탄탄한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노레드 사람들 덕분이다.

“제가 경영의 첫 번째 키워드로 잡은게 ‘사람과 사람’이에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건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CEO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해요. 행복과 제일 먼저 연결이 되는게 문화에요. 신체부위 중에서 두뇌를 가장 잘 대변하는게 눈이라고 하잖아요. 기업의 철학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도 수익이나 매출이 아니라 문화인 것 같아요.”

그는 항상 직원 중심으로 생각한다. 존슨 앤 존슨에서 의뢰한 20억 짜리 프로젝트를 맡을 뻔 했을 때도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그는 프로젝트를 거절했다.   

“만약 수익과 매출을 경영의 철학으로 삼고 있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되게 했겠죠.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인데 오히려 그 이후로 회사분위기가 더 좋아졌어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했던게 통했던 것 같아요.”

10년 안에 대한민국을 먹여살리고 5년 안에 업계 1위를 하겠다는 그의 꿈은 새로운 비전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다.  

“업계에서 1등을 하는것도 좋지만 새로운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 단말기 시장을 휴대폰 컨텐츠 시장으로 바꿔놨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지만 저도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플레이어가 되고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다음 세대에게 비전을 전하는 일을 하고싶고 건강한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제가 젊으니까 창업하려는 학생들에겐 제가 친구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제가 대학생들을 좋아하고 자주 만나려고 해요.”


확신의 가치

20대는 실패를 많이 해야하는 시기라고들 한다. 박 대표도 젊은이들이 여러갈래의 길을 걸어가보기를 권유했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대로에서 잘나가는 가게 뿐 아니라 숨어있는 골목의 강자들을 발견하게 된다고 귀뜸했다.

“걷다가 막다른 골목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럴 때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죠. 남들이 다 가려고하는 대기업이라는 갈래뿐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많거든요. 넓은 길로만 가려고 하지말고 좁은 길들을 걸어봤으면 좋겠어요.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40대에 실패를 많이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는 그게 재앙이지. 일찍 시작한다고 성공하진 않아요. 오히려 일찍 시작하면 일찍 실패할거에요. 프로 야구선수들 중에 정말 잘치는 타자들도 타율이 3할대 잖아요. 5할이 넘는 선수가 없어요. 반 이상은 못친다는 거에요. 근데 이걸 시작도 안해보고 포기하면 안된다는거죠. 무수히 실패를 하면 나중엔 꽤 잘하게 돼요.”

자신의 강점분야에서 도전하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지만 강점이 무엇인지는 확신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불안정한 도전에 선뜻 내던지기는 망설여질 수 있다. 그에게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냥 두려움을 잊어야 되는거 같아요. ‘어떻게’라고 물으면 끝이없어요. 세상은요, 확실한 게 하나도 없어요. 몇십 초 후의 일도 우리는 확신할 수 없어요. 소크라테스도 ‘내가 점점 알게되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고 말했잖아요. 그렇지만 인생이 불확실하더라도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비교적 확실한 삶을 살게 될거에요. 확신이 없었다면 저는 창업 못했죠. 대학생들이 그토록 꿈꾸는 대기업도 확신을 가지고 가는것과 확신없이 ‘어어’ 하면서 따라가는 것은 달라요.”

그는 대학생들에게 마지막 조언을 덧붙였다.

“안타깝게 생각하는게 요새 시대를 한탄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대를 한탄하는데 시간을 보내지 말고 시대를 어떻게 바꿀것인가 하는 건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바꿔가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엔 비평가보다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건강한 실천가가 필요해요. 비평은 어르신들에게 맡겨두고 움직이는 젊음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ㆍ일러스트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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