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순수성 논란
붉은악마 순수성 논란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6.02.26
  • 호수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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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앙골라전, N석 독점에 대한 비난 커져

붉은악마가 대기업과 체결한 수억원대의 후원 계약 찬반논란과 특정 축구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논란에 휘말리는 등 비판여론에 휘말리고 있다. 또 SK축구단의 연고이전반대운동 과정에서 붉어진 응원석 독점문제로 ‘특권의식’에 대한 비판까지 받고 있다.

프로축구 서포터스 연합 성격을 가지고 있는 붉은악마는 공식적인 논평을 통해 SK 축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규탄했다. 다음달 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앙골라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는 검정 옷을 입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항의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위해 경기장 골대 뒤편에 N-C, N-D석을 독점하면서 일부 축구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축구장의 일부 좌석을 독점하는 것 자체가 붉은악마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증거라는 것이다. 붉은악마 측은 축구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이 논쟁은 붉은악마의 특권의식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붉은악마는 이번 시위를 위해 독점한 좌석을 붉은악마에 소속된 가맹단체에게만 배부했다. 결국 이는 ‘4천만이 붉은악마’라고 외쳤던 4년 전의 슬로건과는 상충되는 일이다. 붉은악마 회원 배성은씨는 “소모임에 가입해 있지 않은 축구팬을 소외시키는 일”이라며 “붉은악마와 축구팬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N석을 붉은악마에 가맹한 단체만 있을 수 있는 자리로 규정함으로써 붉은 옷을 입지 않은 관중을 소외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붉은악마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를 규탄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ID ‘gugu9’의 한 축구팬은 “붉은악마 식의 응원방식에 익숙지 않은 전 좌석의 관중들에게 응원문화를 전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붉은악마의 중앙집중식 N석 응원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회장을 지냈던 신인철씨도 월드컵 직후 ‘붉은악마의 발전적 해체’를 언급한바 있다. 그 동안 붉은악마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고 발전적 해체를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 과거 회원카드를 발급하고 5천원의 연회비를 받았던 것도 지난 2001년에 폐지했으며 각종 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응원문화를 보급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앙골라전 응원석 독점 사태에서도 제기됐듯 아직도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태도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에 반발해 일부 프로축구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울트라스’라는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는 등 붉은악마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앙집권식 응원을 고수하는 붉은악마의 존재가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조직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응원효과를 높일 수도 있고 해외원정경기마다 따라다니며 응원을 하는 모습은 세계 어느 국가도 흉내 내지 못하는 붉은악마의 자랑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축구가 좋아서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경기 시간 내내 소리 지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필명 ‘bigsam175’의 한 축구팬은 “붉은옷을 입으면 붉은악마라면서요”라며 “난 그냥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응원할 것이며 더 이상 순수함을 잃고 거대 기업화되어가는 붉은악마 하수인은 하기 싫군요”라고 말했다. 출범 10년째를 맞이하는 붉은악마가 내외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진정한 국민서포터스로 거듭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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