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해
‘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해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5.16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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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교수와 한 달 평균 몇 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까 라는 설문에 ‘0회’라고 대답한 대 학생의 비율이다.

교수신문과 5개 학보사가 지난 4월 공동기획으로 교수-학생 상호 인식도를 조사ㆍ분석한 결과다.  5개 대학 설문 조사 결과가 조금씩 수치의 차이가 날뿐 우리학교도 앞서 제시한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상한 결과였다. 예전과 달리 교수와 돈독하게 지내는 학생을 볼 수 없을뿐더러 교수도 학생도 너무 바빠졌다. 서로 고민을 나누고 대화를 하기엔 대학은 각박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다. 46.5%. 학생과 한 달 평균 몇 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까 라는 설문에 ‘4회 이상’이라고 대답한 교수의 비율이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학생은 교수와 대화한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과 비슷하다. 또 평균 대화 시간에 대한 질문에서도 상반된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학교 학생 중 50%이상이 교수와의 상담 시간은 5분 내외라고 답했으나 교수 설문 조사에선 5분 내외라고 답한 교수가 5.8%에 불과했다.

학생은 대화한 적이 없다고 답하고 교수는 학생과 많이 대화하고 있다고 답한다. 학생은 권위적이고 어려운 교수에게 다가가기 힘들다고 말하고 교수는 나름대로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 다르니 이들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기 힘들다. 학생은 학생대로 서운하고 교수는 교수대로 서운하다.

교수와 학생 모두 깊이 있는 소통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굳게 닫힌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리기 어렵고 수업이 끝나면 연구와 외부 활동으로 바쁜 교수와 고민을 나누기 힘들다. 교수는 매년 연구 성과를 내야하고 학생들과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은 스펙을 위해 전공 학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보단 학점에 목숨 걸어야 한다. 하지만 교수는 학점에만 연연하는 이기적인 세대들과 점점 멀게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니 교수와 학생과의 간극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서로가 처한 현실을 알고 있지만 한쪽이 먼저 다가서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양 쪽 모두 현 상황에 대한 답은 알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이구동성으로 관계 개선을 위해선 소통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설문 조사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수들의 자세변화다. 매년 달라지는 학생들에게 적응하고 새롭게 관계 형성을 유도할 수 있는 교수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한 때다. 학생들을 나 몰라라 하는 얌체 교수들의 태도가 문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설문자 중 많은 학생들 또한 “교수와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제도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수ㆍ학생이 인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수와 학생 모두 대화를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다만 서로의 처지만을 바라본 채 다다가기를 망설인 것이다. 이러한 망설임이 권위만을 세우려는 교수. 학점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학생이라는 잘못된 허울을 덧씌우고 있었다. 일단 만나야 한다. 양 쪽 모두 너무 잘 알 듯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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