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축제’를 기대하며
‘맛있는 축제’를 기대하며
  • 한대신문
  • 승인 2011.05.16
  • 호수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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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 지방의 조그만 시골마을이 ‘특별한 축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 인구가 1천5 백명에 불과한 헤이온와이(Hay-on-Wye)에는 37개의 헌책방과 16개의 갤러리가 있다. 매년 5월 말에는 온 세계에서 시인, 작가, 정치인, 배우들이 몰려들어 문학 축제를 벌인다.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은 1988년 시작된 후 연간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와이강 건너에 있는 이 마을은 숲에 둘러싸여 있어 ‘와이 갤리’(Y-Gelli; ‘작은 숲’이라는 뜻을 가진 웨일스어)로도 불리며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다.

지구촌에서는 연중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빅토리아 꽃송이 세기 축제(캐나다), 취리히 프리스타일(스위스), 컨딩 풍경 축제(대만), 망통 레몬 축제(프랑스), 등불 카니발(홍콩), 산 페르민(스페인), 푸시카르 낙타 축제(인도) 토마토 축제(스페인), 런던 노팅힐 거리 축제(영국), 리우 카니발(브라질) 등은 전 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90년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축제가 범람하고 있다. 1996년부터 15년 동안 1000여개의 축제가 새로 생겨났다. 나비축제, 녹차축제, 꽃게축제, 빙어축제, 쭈꾸미축제, 딸기축제 등등 별의 별 축제가 다 등장했다. 그러나 “축제는 넘쳐나는데 제대로 된 축제는 거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조성과 독자성은 없고 ‘그 축제가 그 축제’인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행정적 필요에 따라 급조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비전, 정체성, 목적이 불분명하다. 지자체들이 축제에 목을 매지만 축제 때문에 망할 지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5월이면 대학가에도 어김없이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 연예인 초청 공연과 노래, 춤, 게임 위주였던 축제도 많은 변화를 이뤘다. 다문화 프로그램, 나눔 장터가 단골 메뉴가 됐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잔치도 마련되고 있다. 학술대회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 현장은 여전히 술 냄새가 진동하고, 고성방가와 놀자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본교에서도 봄과 가을이면 축제가 열린다. 동아리마다 경쟁적으로 펼치는 각종 공연과 댄스파티, 골든벨, 단체 미팅 등 볼거리도 많고 의미 있는 행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뻔한 메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젊은이다운 창의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장면을 찾기가 어렵다.

영국의 시골마을 헤이온와이가 세계인을 사로잡았듯이 한양인들만의 특별한 축제를 만들어 볼 순 없을까. 만사 제쳐두고 가보고 싶은 ‘맛있는 축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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