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대가는 이유 없이 소멸되지 않아요”
“노력의 대가는 이유 없이 소멸되지 않아요”
  • 윤준혁 수습기자
  • 승인 2011.05.16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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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여성경호원, 고은옥<퍼스트그룹> 대표

편견을 넘어서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딸 셋만 남겨졌어요. 집안에 남자가 없어 아들  역할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일찍 태권도를 시작해 한때 선수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태권도 5단과 사범 지도자ㆍ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뿐 아니라 경호무술 4단, 용무도 4단을 더해 합이 13단의 무술 고단자다. 남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생활을 하는 동시에 바로 경호회사에 취업해 여성경호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성의 권익이 현 수준으로 신장되기까지 여성은 사회에서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특히 경호 분야에서는 더욱 심했다.

“의뢰인들에겐 남성경호원으로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고, 어떤 회사에선 여자는 필요 없다고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요. 이런 벽을 넘기 위해선 남자와 차별화 되는 장점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워드프로세서나 비서자격증과 운전면허 등을 취득해 비서와 수행기사 역할을 하면서 경호 일을 같이 했죠.”

고 대표는 같은 길을 밟을 후배들을 위해‘여성경호인협회’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경호원만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여성경호원은 세심한 특성으로 스토킹 피해자, 다문화가정 여성 등을 경호하며 친자매처럼 심리상담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머님들이 자주 방문하시는 모델하우스에서도 부드럽게 안내하면 호응이 좋아요. 여성경호원 시장이 많이 커졌어요. 앞으로의 파이를 키우는 것도 제 몫이죠. 저는 선배들이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후배들은 고생하지 않게끔 하고 싶어요.”


그녀의 끝없는 욕심

고 대표는 스물다섯에 창업을 했다. 어린 여자이고 미혼이라는 점이 창업 자본을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됐다. 경찰청 허가를 받고 총기 등의 경호 장비를 들여오는 일도 순탄치 않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창업을 해 올인할 수 밖에 없었어요. 초창기엔 날 새는 일도 잦았어요. ‘일 중독자’라는 말도 들어요.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거에요. 복권에 당첨되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맨 땅에 헤딩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아요.”

처음엔 여성경호원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남녀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안 회사도 따로 설립했다. 이어 건설과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점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노력의 대가는 이유 없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해요. 우리 일은 남들 쉬는 크리스마스나 명절 연휴에 바빠요. 그래도 그만큼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꼭 고생만은 아니죠.”

그는 이웃을 돌아보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회사차원에서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뿐 아니라 개인적인 봉사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회사 설립이나 경영 과정에서 사회나 정부의 도움을 받았으니 다시 사회에 베풀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애인학교와의 자매결연, 다문화가정 경호 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직 많은 도움은 못 드리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사람과 사람사이

믿었던 직원이 거래처 연락처와 직원들을 빼돌려 회사를 나간 적이 있다. 이 일을 통해 그는 능력뿐 아니라 인성이 훌륭한 인재를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회사에 타격이 컸죠. 올바른 인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면 모두가 힘들어요. 채용할 때 운동능력과 비서로서의 능력, 외국어 실력도 보지만 가장 중요한건 인성이에요. 능력은 키우면 돼요. 그보단 같이 고생할 줄 아는 사람이 조직에 맞는 것 같아요.”

여성 경영인으로서 직원들에게 감성적으로 자연스레 다가갈 수 있는 점도 그의 커다란 장점이다. 또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직원들과 의사소통 한다. 그는 이를 감성경영이라 칭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말로 하기 힘든 점을 글로 남기기도 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알 수도 있어요. 또 직원의 생일을 챙기기도 하죠. 작은 거라도 받는 쪽은 크게 고마워해요.”

그런 그에게 직원사랑 외에 중요한 하나가 더 있다. 일에 매진하는 사이 어느새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다는 것. 일만 바라보던 그도 요즘 결혼 생각이 많다. ‘나만의 보디가드가 되어줄 수 있고 기대고 싶은 버팀목 같은 사람’이 그의 이상형이란다. 그는 감성경영에 이어 감성연애도 성공할까. 

사진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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