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어야 진정한 선풍기죠
날개가 없어야 진정한 선풍기죠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05.14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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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날려주는 신개념 ‘에어 멀티플라이어’
운 여름날, 수업에 들어가기 전 밖에서 농구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수업시간 내내 부채질이 이어진다. 부채질을 해 잠시 더위를 식히지만 몸이 직접 움직이는 일이라 시간이 지나면 열이 나고 힘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발명품이 선풍기 그리고 에어컨이다. 에어컨이 대세가 되고 있는 현재, 선풍기가 대란을 일으키려 한다. 자신의 주 무기인 날개를 없애고 전투에 임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날개가 없을 뿐 바람은 훨씬 쾌적하게 불어나온다. 선풍기의 혁명은 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Dyson)이 만들어냈다. 정식 명칭은 ‘에어 멀티플라이어’다.

다이슨은 2009년 신개념 선풍기를 개발했다. 4년여의 시간동안 시제품 500대 이상을 거쳐 나온 제품이다. 초기 선풍기의 모습이 테엽을 감아서 선풍기 날개를 돌아가게 하는 제품인 것을 알면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유소프는 “적도나 극지방 같은 극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테스트를 해보는 등 완벽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과연 날개가 없는데 어떻게 바람이 나오는 것일까. 원리는 간단하다. 강옥경<경인중학교> 교사는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는 제트엔진의 원리를 이용한 것인데 실제로 선풍기 날개(이하 팬)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모터와 함께 원기둥 모양의 스탠드에 숨어 있다”며 “스탠드 안을 들여다보면 비행기의 제트엔진을 연상시키는 팬과 모터가 있다”고 말했다.

제트엔진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공기를 팬을 회전시켜 흡입하는 것처럼 날개 없는 선풍기도 스탠드에 내장된 팬과 전기 모터를 작동시켜 스탠드 아래쪽으로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렇게 빨아 올린 공기를 위쪽 둥근 고리 내부로 밀어 올린다.

둥근 고리의 단면은 비행기 날개의 형상을 하고 있다. 속이 빈 둥근 고리 내부로 밀려 올라간 공기는 내부의 작은 틈을 빠져나오면서 둥근 고리 안쪽 면의 기압이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선풍기 고리 주변의 공기가 안쪽으로 유도돼 고리를 통과하는 강한 공기의 흐름이 생긴다. 이때 고리를 통과하는 공기의 양은 모터를 통해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간 공기의 양보다 15배 정도 증가하게 된다. 이 원리로 바람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리는 선풍기의 날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 교사는 “실제 날개 없는 선풍기의 이점은 기존 선풍기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며 “우선 날개가 없어지므로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어릴 적 선풍기 사이로 손가락을 넣고 싶은 욕망을 가졌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욕망도 사라지고 날개에 손이 베일 염려도 사라지게 된다.

이어 강 교사는 “청소면에서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5초면 내부 청소가 끝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강점은 디자인이다. 기존의 선풍기에 비해 부피가 줄고 날개가 없어짐으로써 디자인도 깔끔해져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가정에서 구입하기에는 망설임이 따른다. 최저 44만원에서 60만원까지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가 비싼 가격임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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