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수업 듣기가 무서워
전공수업 듣기가 무서워
  • 우지은 기자, 장보람 기자
  • 승인 2011.05.14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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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전용 전공강좌, 이점 있지만 학생들 부담 가중돼
<영어전용강좌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본지는 영어전용 전공강좌(이하 영어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3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공수업의 39%(2010년, 2011년 기준)가 영어전용 강좌인 ERICA캠퍼스 경상대 재학생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영어강좌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68.8%로 긍정적이라고 답한 31.2%를 훨씬 앞섰다.

글로벌 시대가 됨에 따라 주로 국내에서 취업했던 때와 달리 학생들의 활동무대가 전 세계로 넓어졌다. 각종 대학평가에서 영어강좌 비율은 국제화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학교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영어강좌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또 외국학교와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영어강좌는 외국인 유학생 배려 차원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경상대학장 원석희<경상대ㆍ경영학부> 교수는 “영어강좌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이전에는 학생들이 영어의 벽을 넘지 못해 취업, 유학, 대학원 진학 등 각종 사회진출의 결과가 저조했다”며 “하지만 최근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기량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영어강좌 비율로 유학생들과의 교류가 용이하며 우리학교 학생들도 외국에 유학을 가더라도 어려움 없이 쉽게 적응한다”고 덧붙였다.

교무입학처장 문영식<공학대ㆍ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우리학교는 BSC(전략적 성과관리)에 따라 2011년 전공수업의 영어강좌 목표 비율을 25% 로 잡고 있으며 점차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경상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어강좌 비율이 39%이며 이는 학교의 평균 목표 비율을 일찌감치 넘은 수치다.

설문조사 결과 68.8%의 학생들이 영어전용강좌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현재 전공 영어강좌를 3개 이상 수강하고 있는 학생은 30%에 달했다. 영어강좌를 수강하는 이유는 해당 전공과목이 영어강좌로만 개설돼있기 때문이라는 응답(63.41%)이 주를 이뤘고 졸업 요건인 필수 이수학점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학생이 26.22%였다.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듣는 학생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표1)

홍동의<경상대ㆍ경영학부 10> 군은 “수강 중인 전공수업 중 한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영어수업”이라고 말했다. 홍 군은 현재 재무회계, 마케팅관리, 영어커뮤니케이션, 글로벌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 보험학원론 모두를 영어로 수강하고 있다. 홍 군은 “글로벌 인재 양성 취지는 이해한다”며 “수업을 듣기보다 한국어 교재를 사서 독학하는 친구들이 있어 학점 따러 출석하러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어강좌 진행 시 개선됐으면 하는 점에 대해서는 수업내용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보충설명 자료 배부가 25.67%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한글로 된 보충설명 자료는 필요할 경우 유연하게 우리말을 혼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표2)

경영학부에서 3년 동안 영어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교수 A는 “영어 수업이 일반 수업과 비교해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느끼지만 필요 시 우리말을 병행해 소통의 문제는 없다”며 “초기 100% 영어전용이 요구 됐을 때는 문제가 있었으나 완화돼 20~30% 한영 혼용이 허용되면서 점차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학생들의 수업 성취도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기타 의견으로는 △영어의 기초를 쌓을 추가적 기회 필요 △교과목 특성에 따른 개설 필요 △심층적 수업 불가능 △영어공부에 대한 긍정적 동기부여가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교수 A는 “현재 영어강좌 비율은 괜찮지만 이를 모든 강좌로 확대하거나 완전히 영어만 사용하게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전 과정 영어강좌를 시행해야 한다면 영어 수준별 분반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경영학부, 융합전자공학부, 기계공학부 등 대규모 학부를 중심으로 전공 졸업이수학점 중 일정부분 이상은 영어강좌로 이수하는 영어전용트랙을 시범실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교무처장 이형규<법대ㆍ법학과> 교수는 “구체적 실행계획은 학사팀과 각 학부가 협의 중이며 올해 2학기부터 융합전자공학부를 필두로 실시할 예정”이며 “오는 2012학년에는 3개 학부 모두 실시할 수 있도록 강의를 개설해 나갈 것이고 오는 2013학년에는 타 학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어강좌는 일반 강의보다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영어강좌의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학생들의 이해도, 교육 여견 등을 고려해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우리말로 수업해야만 하는 수업들이 있기에 모든 강좌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초기엔 교수나 학생 모두 어려움을 느끼지만 정착되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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