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교과부’
당신들의 ‘교과부’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4.30
  • 호수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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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주요 대학 학보사 편집국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편집국장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실효성 없는 대학 정책을 비판하고 이주호 장관에게 한 해 1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등록금과 이를 부담하기 버거운 대학생들의 현실을 낱낱이 말해줄 심산이었다. 하지만 많은 얘기를 토로하기엔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깊은 얘기를 끌어내기엔 이 장관이 인식하는 대학의 현실과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달랐다.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이 적정 수준이냐며 인하요구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실질 물가를 고려하면 등록금 동결이 인하와 마찬가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한국은 OECD국가 중 대학 등록금 2위를 차지하는 사실을 알지만 이들에겐 이러한 수치는 단지 임기 내에 해결해야할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은 개별 사례로 치부해버렸다.

교과부가 등록금 문제의 미봉책으로 내놓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 예상 보다 훨씬 적은 학생이 이용하는 현실 또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생색내기에만 급급했다. ‘이전보다 이자율을 낮췄다.’,‘이 제도는 학생이 부모의 도움 없이 공부할 수 있게끔 만든 제도다’라는 동문서답으로 간담회를 참석한 학보사 편집국장들을 황당케 만들었다.

올해부터 도입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실효성 문제 제기,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조 상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없다는 부분에선 앞으로 보완하겠다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대학생의 현실과 해당 부서 정책의 문제점을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는 그가 실제로 학생의 외침을 들을 준비가 돼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학보사 편집국장 간담회 이전에도 대학생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가져왔으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소통’을 몸소 보여준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전부터 숱하게 제기되어온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교과부가 지금까지 시행했던 정책이 단지 생색내기용에 불과했던가 라는 의구심을 남겼다. 등록금과 주거비용, 취업 문제로 괴로워하는 학생, 교과부가 대학 지원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한다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대학, 대학생이 처한 현실은 알지만 강압적으로 대학에게 등록금 인하만을 요구할 수 없다는 교과부 세 박자 모두 어긋나있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교과부는 대학생만을 위해 존재할 순 없다. 한 나라의 장관을 맡고 있는 그에게 대학생이 되라할 순 없다. 하지만 본 부처에서 정책을 실시한 이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이에 따라 어떻게 정책을 수립해야 할지는 해당 부서의 의무이자 기본이다. 교과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그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기본 또한 갖추지 않고 있었다.

그는 학보사 편집국장들이 대학생 정책과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내내 ‘검토하겠다’, ‘보완하겠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교과부가 대학생이 처한 현실의 아픔을 통감했다면, 간담회 자리가 또한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그의 말대로 앞으로 검토ㆍ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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