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교양, 나에겐 부담
너에겐 교양, 나에겐 부담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1.04.09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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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문제 제기되는 교양 외국어 영역

사례 #1. 전영석<경영대ㆍ경영학부 05> 군은 교양 외국어 영역이 졸업필수조건이 아니지만 서울캠퍼스의 교양 외국어영역 중 기초스페인어나 초급일본어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을 통해 ‘기초수업에는 그 분야의 ‘고수’들이 앉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전 군은 수강을 포기했다.

사례 #2. 홍동의<경상대ㆍ경영학부 10> 군은 ERICA캠퍼스의 교양 외국어 영역 중 초급영문법을 수강하고 싶었다. 글로벌화 시대에 따로 학원비를 들이지 않고 학교의 교양 외국어 수업을 통해 외국어의 기초부분을 습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홍 군의 주위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학점을 쉽게 따기 위해 이 수업을 신청했다. 결국 홍 군은 초급영문법 대신 초급중국어를 택했다. 하지만 초급중국어 수업에도 중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라 난감했다.


수업을 맡는 교수들은
교양 외국어 영역에서 수업을 맡고 있는 박문주<학부대학> 교수는 “국제학부 학생들이나 영어를 월등히 잘하는 학생들이 수강 신청한 적이 있는데 너무 잘하는 경우 될 수 있는 대로 듣지 말라고 얘기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영어 실력이 갖춰진 학생이라고 일반 학생들보다 수업 참여가 태만하지는 않아 차이를 고려해 평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전 학년, 모든 전공의 학생들이 대상이고 이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평가하기 힘들어 수준별 수업 편성을 건의했었다”고 덧붙였다.

기초독일어 수업을 맡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교수 A도 “수강인원이 너무 많아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언어 수업의 특성상 말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대형 강의이다 보니 학생들 개개인의 실력을 측정하지 못해 이런 문제까지 고려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교수들의 재량에 따라 이수 제한이 걸려있는 수업도 일부 존재한다. 한 기초 영어 수업은 영어 관련 학과 전 학년에 이수제한이 걸려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양 외국어 영역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환시키자는 의견도 나온다. 단, 수강횟수에 제한을 둬 형평성을 기하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는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학교의 목표에 맞게 학생들이 교양 외국어 영역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학교가 조금만 신경써준다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이 클 것”이라 말했다.

수업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은
전소은<교무처ㆍ학사팀> 직원은 “기초학술영어를 들어야 하는지의 여부는 입학 전 실시되는 신입생 기초 영어 평가에 따라 정해지지만 강사 수, 공간, 레벨테스트 제도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전체 학생들의 외국어능력 평가를 통한 교양 외국어 영역 반 편성은 어렵다”며 “또한 외국어 영역은 졸업 요건에 필수적이고 정원이 작다보니 경쟁이 치열해 레벨을 나누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특정학과나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만 이수 제한을 두는 것은 학습권 침해, 또는 자칫 역차별이 될 수 있다.
황경석<국제학부ㆍ행정팀> 팀장도 “수시로 국제학부에 뽑힌 학생들은 에세이와 면접 등을 거친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지만 정시로 모집한 학생들의 경우 상당수가 일반 학생들과 영어 실력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무처장 이형규<법대ㆍ법학과> 교수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외국어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에 이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초수준의 외국어 수업을 수강하지 않아야 하는 점은 맞다”며 “하지만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므로 즉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대책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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