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과의 ‘상견례 후유증’
성악과의 ‘상견례 후유증’
  • 우지은 기자, 장보람 기자
  • 승인 2011.04.09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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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가해 학생 20명 징계처리, “악습 없애려 노력할 것”
성악과 상견례 예행연습 폭행사건의 가해자인 학회장과 2, 3학년 복학생 총 20명이 지난달 30일 징계처분을 받았다. 학회장은 상견례 예행연습 발의와 주도로 무기정학이 결정됐으며 나머지 19명의 학생들은 학내 폭언과 폭력을 사유로 사회봉사 40시간의 징계가 결정됐다.

성악과에서는 지난달 14일, 15일 양일간 상견례 연습을 진행했다. 연습은 10학번이 11학번의 상견례 형식 및 구호를 지도하고 09학번과 2, 3학년 복학생 전원이 들어가 검토 및 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상견례 연습 과정에서 연습 결과가 흡족치 않다는 것이 트집이 돼 과격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무언의 압박과 폭언이 이어졌고 남자의 경우 ‘엎드려 뻗쳐’와 ‘머리박기’, ‘얼차려’가 부여됐으며 여자의 경우 ‘부동자세’, ‘앉았다 일어났다’가 부여됐다. 연습 도중 발생한 얼차려로 해당학과 2학년 남학생이 쓰러졌다. 해당 학생은 목 주위 근육이 놀라서 경직됐다는 소견을 받았고 2주 정도의 통원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음대 징계위원회 위원장인 음대학장 강해근<음대ㆍ관현악과> 교수는 “사건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성악과 학과장 정록기<음대ㆍ성악과> 교수도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이 적법한 처벌을 받는 건 합당하지만 해당학생들이 깊이 반성함에 따라 교육자 입장에서 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며 “이번 주 후반이 돼서야 사회봉사의 구체적 내용 등 이 문제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징계를 받은 해당 학생들은 진술서를 통해 “악습을 없애는 것에 앞장섰어야 하는데 세습돼오던 악습관이 나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며 “너무 어리석었음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피아노과 학생 A는 “학기 초반에는 선배가 후배 군기를 잡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불만을 갖더라도 단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험악한 상견례 문화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다른 과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점에 놀랐고 이번 징계는 어느 정도 합당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현악과 학생 B는 “성악과의 상견례문제가 표면위로 올라온 지도 오래됐으나 학장은 형식적인 절차로라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 않다”며 “학생 한 명이 책임지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학장이 이를 책임져야한다”고 전했다.

음대 학생회장 임예지<음대ㆍ작곡과 08> 양은 “음대수업의 특성상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학년과 수업을 같이 듣게 될 기회는 거의 없다”며 “이에 따라 전 학년이 모두 모여 안면을 트는 자리가 상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대의 각과는 한 학년에 적게는 15명부터 많게는 35명의 학생들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간의 단합이 더 중요했고 그렇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음대의 각 과는 저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점점 상견례를 하지 않는 추세이기도 해 현재 음대 내에 상견례를 하지 않는 과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악과 학생 C는 “상견례라는 것이 선ㆍ후배 간 얼굴을 익히는 자리정도이므로 미리 모여 인사하는 것을 연습하는 자리는 없다”며 “예전에는 험악한 분위기로 상견례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임 양은 “상견례의 본래 의미는 살리고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것들을 없애보려고 각 과의 회장들과 많은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상견례가 음대 안에서 구조적으로 행해지던 일이었기에 임원단과 일부 학생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단대들에서 하는 ‘개강총회’를 모델로 상견례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음대의 상견례 관습은 우리학교 음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D는 “음대의 경우 활동 범위가 좁기 때문에 졸업이나 취업 후에도 계속 같은 선배들을 만나게 된다”며 “인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에 음대에서 선ㆍ후배 간 기강을 잡는 것은 관습화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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