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게 제일 좋습니다
간단한게 제일 좋습니다
  • 류민하 기자
  • 승인 2011.03.21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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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즐겁게, 맛집블로거 마늘 나동주 씨

인터뷰 장소로 맛집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는 그가 가보지 않은 곳을 선택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다. 약속장소인 레스토랑으로 가는 복도를 걷는데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왠지 즐거운 대화가 될 것 같았다. 예감대로 가리비 크림파스타를 함께 들며 그와 나누는 이야기는 내내 즐거웠다. 마치 수다를 떠는 것처럼 화제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
블로그를 다섯개나 운영하고 있는 맛집 파워블로거 마늘의 본업은 영화편집이다. 옛날에는 비보이 였었고 DJ와 밴드활동도 했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퍼포먼스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마음 가는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는 인상이 든다. 

“고등학교 때 PC통신 댄스모임이 있었는데 클럽지기 였어요. 그때는 정말 음악이 좋고 춤이 좋아서 거리에서 장판을 깔고 춤을 췄어요. 밴드는 어려서부터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제가 DJ로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세션으로 참여해서 밴드를 같이 해보자고 권해서 했고요.”

손에 디카가 들어온 2002년 이후로 그는 무수히 많은 맛집과 여행들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2007년 블로그를 시작했다. 카메라를 산 시기에 비하면 늦은 셈이다. 지금 그의 블로그에 있는 포스팅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는 다녀와놓고 포스팅하지 못한 맛집만 해도 200군데가 넘는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같은 자그마한 자기 사이트를 운영하잖아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오늘 먹었던 음식이라든가 영화같이 사람들과 함께 공유했고 즐겼던 것들을 정리해서 남겨보자고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주신 것 같아요. 포스팅을 올리는건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제 과거를 정리하고 탐구하는 일이에요. 카메라에 남아있는 사진들은 저한테 계속 밀려있는 일인거죠.”


맛집보다 중요한 것
그는 맛집블로거로서 여러 이벤트를 벌인다. 대표적인 것이 맛집탐방과 남자식당. 맛집탐방은 6~7명의 신청자와 함께 특정 지역의 음식점들을 돌며 진행하고 남자식당은 신청자들을 집에 초대해 그가 직접 요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문득 그가 마음내키는 대로 이런 행사들을 벌이다 보면 생활이 어렵진 않은지 궁금해졌다.

“뭐든 있을땐 있는대로 없을땐 없는대로 즐겁게 하려고 해요. 맛집탐방은 더치페이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저도 크게 돈이 들 일이 없죠. 남자식당 같은 경우는 집에 라면이 있으면 제가 라면을 끓여 드리는거에요. 거창한 음식을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운이 안 좋으신 분들은 라면만 먹고 가실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보낸 분은 아직 없지만요.(웃음) 어차피 집에서 요리하는 것들은 생활비로 진행하는 거라서 제가 딱히 사치스럽게 생활하지 않는다면 제가 버는 수준에서 가능한 것들이에요.”

보통 맛집 블로거들은 음식을 묘사하고 맛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미사여구들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그는 다르다. 그의 포스팅에는 그저 맛집탐방의 여정과 간단한 느낌만이 적혀있다. 어쩌면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맛집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제가 포스팅하는 글들에 나오는 식당들은 맛집이 아닐 수도 있어요. 마늘의 맛집 이라고는 하지만 전 그냥 음식 먹는걸 좋아하고 특별히 어떤 식당을 맛집으로 규정짓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글을 씀으로써 분명히 피해를 받는 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맛집 리뷰를 쓸 때도 가능하면 저는 그 식당에 가서 즐겁게 놀았다. 즐겁게 놀았고 맛있게 먹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배가 불러서 집에 돌아갔다는 리뷰를 써요.”


더 즐거운 삶을 위해
그는 작년 비거 앤 베터(bigger and better)게임을 시작했다. 비거 앤 베터 게임은 자신의 물건과 교환을 원하는 사람과 서로 물물교환 하며 더 가치있는 물건으로 바꿔나가는 게임으로 카일 맥도날드가 처음 시작했다. 카일 맥도날드는 빨간 클립 하나로 물물교환을 시작해 끝내 침실이 세 개나 있는 집 한 채를 마련했다. 그는 6이 적혀있지 않은 나무 주사위를 올렸다. 현재 1차 신청자를 선정해 야구선수 김현수의 싸인볼로 바꾼 상태다. 그가 올린 글은 모 포털 2010년 이색 포스팅에 오르기도 했다.

“저도 그 사람처럼 해보고 싶었어요. 게임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고 참신하기도 했고요. 다양한 사람들과 물건들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고 싶었고 그걸 통해서 언젠가 저도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는 일상에서 놀이를 만들고 재미를 찾는다. 이것이 그가 사는 방식이다. 그는 카일 맥도날드처럼 비거 앤 베터 게임으로 건물을 얻고 싶다고 했다. 정말 그게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꿈은 크면 좋지 않냐고, 목표가 굉장히 크지만 거기에 큰 의미를 둔다기보다 단지 지금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에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물론 더 큰 것으로 바꿔 나가지만 제 물건과 교환해 가는 사람들도 자신이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물물교환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거니까요. 그러니까 저에게도 그 사람들에게도 비거 앤 베터 게임이 되는거고요. 교환을 해서 누군가 손해를 보는게 아니라 둘다 이득을 볼 때 이 게임은 비로소 가치를 찾게 되는거에요.”

벌써 비거 앤 베터 게임을 통해 얻을 건물의 용도까지 생각해뒀다는 그는 블로그 활동 경험을 살려 책을 쓰고 있다.

“제가 맛집을 다녀와서 그 맛집요리를 따라해보는 식의 책이에요. 맛집에 대한 소개도 있고 요리법에 대한 소개도 있기 때문에 한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음식의 맛을 기억해서 더듬더듬 만들다 보면 원하는대로 똑같이 만들어지진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재미가 있는거고요. 사람이 언제나 성공 할 순 없잖아요. 그래도 책엔 제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서 요리한 레시피가 담겨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다운 대답이었다.           

글ㆍ사진 류민하 기자 rmh71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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