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줄 아는 한양인이 되자
사과할 줄 아는 한양인이 되자
  • 한양대학보
  • 승인 2011.03.21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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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후회하며 잘못을 인정하는 것 이상의 행위이며, 가해자측이 자기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헌신이기도 하다. 또한 사과는 불안함의 가면을 벗겨내며 사과할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지고 진실한 얼굴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과는 더 이상 약자나 패자의 변명이 아니라 ‘리더의 언어’로 바뀌어야 한다.

존 케이더는 “사과란 단지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말했다. ‘제 잘못입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며 책임질 줄 아는 사람으로 인식되게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부지불식간에 실수를 저지른 사례가 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 여 기자에게 무례한 표현을 하는 말실수를 했고, 취임 뒤 기자회견에서 전 퍼스트 레이디였던 낸시 레이건에 대한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미국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은 일관된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이었다. 미국의 미시간 대학 병원은 의료사고가 생겼을 경우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하는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의사가 의료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숨기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프로그램 도입 전 200여건에 달했던 의료사고 소송 건수는 프로그램 도입 후 꾸준히 줄어 5년 만에 80여건으로 감소했고 소송까지 가더라도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시간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흔히 사과를 하면 진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사과를 하기보다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계속 던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과야말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리더의 언어’다. 사과는 인성의 범위를 넘어 신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핵심이다.

진정한 사과의 핵심은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진정성에 있다. 거부당할 것 같은 두려움, 잘못이 공개된다는 모멸감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들지만 그 공포는 대부분 과장된 것이다. 사과의 성공은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당연한 말인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실패함으로써 사과에 실패하거나 차라리 사과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간의 상호관계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행위 중 하나는 사과를 주고받는 것이다. 사과를 통해 창피함과 불만을 치유하고 복수에 대한 욕구를 제거하며, 감정이 상한 이들로부터 용서를 구할 수 있다. 가해자 처지에서는 보복의 두려움을 줄일 수 있고 집요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죄책감을 해소할 수 있다. 단절된 인간관계의 화해와 복원이야말로 사과 과정의 이상적인 결과다. 따라서 사과는 정직, 관대, 겸손, 헌신,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알게 되면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사과하길 꺼린다. 그러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수록 당사자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 잘못했을 때 신속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는 사람만이 재기할 수 있다. 사과는 실패자의 언어가 아니라 리더의 언어임을 명심하고 자신의 잘못을 용기 있게 인정하는 한양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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