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쿨’하게 대하는 방법
일본을 ‘쿨’하게 대하는 방법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3.20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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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 남은 할머니들도 8명밖에 없어. 우리가 다 죽고 나면 누가 싸워 줄껴. 지금 일본 놈들은 다 죽으면 조용해지겠지 하고 우리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헌디 우리는 죽어도 편안히 갈 수 없어. 그 놈들이 우리 명예를 회복해주고 사과할 때까지 죽을 수가 없어. 해방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투쟁중이여. 해방됐어도 해방된 것이 아니란 말이여.” 작년 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 관련 기사 작성을 위해 ‘나눔의 집’을 찾아갔다 한 할머니가 손을 꼭 잡은 채 기자에게 한 말이다. ‘과거사는 묻고 가자’고 말하는 정부의 저자세에 화가 난 할머니는 어렵게 취득한 한국 국적까지 포기했다고 한다. 8명의 할머니들이 가진 사연을 들을 때마다 할머니 한 명 한 명의 울분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일본의 만행에 대한 할머니들의 상처가 영영 치유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할머니들 마음에도 봄이 오기 시작했다.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할머니들은 과거의 아픈 경험으로 누구보다 인간의 아픔과 고통을 잘 이해하고 지진 피해자에게 국가를 떠나 인간적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직접적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일본에 대한 선의를 보여준 것과 달리 일부 사람들과 방송ㆍ신문 보도에선 ‘쏘 쿨’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났다. 한 목사는 일본 대지진 참사를 두고 ‘일본 국민은 신앙적으로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으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선 일본 지진에 따른 한국의 반사적 이익, 일본 한류열풍 타격 등 수 만 명의 불행에 계산기를 들이대는 천박한 보도 행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모습은 인간에 대한 동정심은 물론 최소한의 배려나 예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주변 사람들은 ‘일본침몰’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한 대가라며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농담거리로 삼기도 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빠른 구조와 복구를 바란다’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처절한 아픔을 겪지 못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직접적인 피해자보다 성숙하지 못한 반한 감정을 내세우고 있다. 정작 ‘일본 침략사’와 ‘친일 청산’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더 그러하다. 쿨 하지 못하다. 우리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하는 진정한 ‘쿨 함’이 없다. 모든 과거사를 덮고 앞만 보고 달리자는 현 정부의 입장을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쿨 함’에는 ‘따뜻함’이 동행해야 한다.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이 있어야 겉으로는 진정한 ‘쿨 함’을 보여줄 수 있다. ‘따뜻함’을 동반하지 않는 ‘쿨 함’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감정만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현재 수많은 한국 구급대원이 피해 현장에 목숨 걸고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직접 가서 아픔을 나누진 못하지만 마음만으로라도 그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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