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비밀을 잠그다 예술에 잠기다
자물쇠,비밀을 잠그다 예술에 잠기다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03.12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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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금상첨화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마도 우리의 문화 가운데 생활가구에 붙인 장석과 자물쇠를 두고 이른 말이 아닐까 한다. 장석은 옛 가구에 달린 금속 장식을 말한다.

자물쇠는 쓰이는 곳과 시대에 따라 구조 및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되고 발전을 보여 왔다. 장, 농, 뒤주 등 가구의 기능과 구조가 발전하고 새로운 형태의 가구가 제작되면서 그 흐름에 따라 보다 기능적인 자물쇠가 새롭게 제작됐다.

장석과 함께 붙어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자물쇠의 모양이나 문양은 어느 것 하나 단순히 붙어있는 것들이 없다. 홍현선<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은 “자물쇠는 그 시대 생활환경이나 풍속이 잘 녹아 있으며 그 시대 가구와 조화가 뛰어나다”며 “가구의 품격을 한층 더해 주었으며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손색없는 예술품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물쇠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경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자물쇠의 역사는 국립중앙과학관의 「겨레과학기술 조사연구」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시작된다. 부여 부소산성에서 1963년 발굴된 자물쇠가 백제시대의 유물로 추정 돼 삼국시대부터의 시작을 뒷받침한다. 통일신라시대부터 다수의 유물이 출토돼 형태와 구조가 뚜렷하게 기록돼 있다. 자물쇠는 작은 함에서부터 농, 책장, 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제작됐으며 사용방법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기능위주의 역할이 주목적이지만 그것은 다른 장석들과의 어울림에서 중요한 몫을 했다. 생활가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무게와 안정감을 조절했으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물쇠는 두석장의 가장 숙련된 기술을 요했으며 화려한 장식을 했다. 가구의 품위를 한껏 돋보이게 했던 것이다. 리모콘 한 번에 문을 여닫는 오늘의 열쇠 개념과는 말 그대로 격이 달랐던 것이다.

홍 학예연구관은 “예전엔 며느리가 시어머니로부터 열쇠꾸러미를 물려받는 일이 있었고 그것은 가문의 주인으로 대접받는 안방마님의 중요한 절차였다”며 “자물쇠들은 한 가문의 대물림의 무게가 실려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가족제도의 붕괴와 주거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것들의 의미는 유명무실해졌고 이제는 실로 까마득한 일이 됐다.

생활양상이 변하고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온돌방을 주로 이용하던 좌식생활에서 침대나 의자를 주로 이용하는 입식생활로 바꿔 거기에 필요한 온갖 가구의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자물쇠도 고유한 것과는 달리 형태가 일정해졌으며 거의가 대량 생산이어서 하나하나의 특유한 맛은 사라져 버렸다.

현재 자물쇠로 사용되는 것은 대체적으로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거나 그 형태를 모방해 만든 것이며 우리고유의 자물쇠를 변형, 개선해 만들어진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자물쇠를 생활 속의 필수품으로 예로부터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그 소중함이나 제작과정 속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과학기술에 대하여는 까마득히 잊고 살아왔다. 자물쇠를 만들기 위한 정확한 합금과 치밀한 설계, 제작을 통해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선조들의 정밀함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지문인식이나 성문인식ㆍ체온인식 잠금장치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잠금기술개발에 첨단과학기술이 동원되듯이 우리 과학 또한 잠금ㆍ보안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해 왔는데, 과학기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고유의 자물쇠다.

홍 학예연구관은 “오늘날의 어느 잠금장치에 못지않은 기능이 녹아있는 고유 자물쇠의 제작기술과 기능이 현대기술과 접목돼 새로운 기술과 장치로 승화된다면 이 또한 우리만의 과학기술을 일구는 바탕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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