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옷을 어떻게 벗길 것인가?
나그네의 옷을 어떻게 벗길 것인가?
  • 서동호<산학협력실ㆍ연구지원팀> 과장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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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호<산학협력실ㆍ연구지원팀> 과장
이솝우화를 보면 태양과 바람의 내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의 능력을 바탕으로 지나가던 나그네의 옷을 누가 먼저 벗기는가에 관한 것으로 이야기의 끝은 태양의 승리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솝 우화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또 그것이 주는 교훈이 오늘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태양과 바람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편이다. 물론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상징성이지만 오늘날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바라볼 때 조금 더 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태양은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하였다는 점에서 △자율성 △자의적인 변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및 배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바람은 나그네의 옷을 강제로 벗기려 했다는 점에서 △타율성 △강제적 변화 △일차적인 문제 해결 등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보면 태양이 주는 상징성이 모두 정의로운 것이며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이러한 것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야 그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루 사이에도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신기술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고 의식의 세계 또한 ‘세대 공감 올드 & 뉴’라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한동안 인기를 끌 정도로 신ㆍ구의 격이 벌어져가고 있으며 결혼한 지 채 5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요즘같이 물질 및 의식의 변화 폭이 빠른 세상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표방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 빠른 변화가 우리에게 물질에 대한 풍요로움과 편안함을 선사한 반면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 또한 요즘의 현실이다. 감기의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기침과 해열의 1차적 현상 해결을 위해 투약한 결과 병의 내재적 잔재로 인하여 전에는 없었던 아토피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앞뒤보지 않고 달려간 문명의 개발은 환경오염과 함께 인류의 존망조차 불투명해져가고 있다. 게다가 태고부터 간직하고 있던 다양한 자원들은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발견하고 개발한지 불과 한 세기 만에 고갈의 끝을 달리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바람과도 같은 변화의 모습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작금 우리의 눈앞에는 많은 나그네가 존재해 있다. 국제적으로는 이념과 종교의 갈등이라는 나그네도 있고 국가적으로는 북한이라는 나그네도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노사갈등, 의식 및 사회의 변화라는 나그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에는 어떤 나그네가 존재할까? 당장 발발할 등록금 문제, 대학의 순위, 인프라 조성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나그네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행당산과 안산벌에서 각자의 바쁜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하여 태양의 빛을 쏠 때도 있었고 바람을 동원하여 산들바람이 아닌 태풍과도 같은 폭풍우를 일으킬 때도 있었다.

어떤 툴을 사용해서 어떤 방법으로 나그네의 옷을 벗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하겠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바람의 옷 벗기기는 지양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서는 바람과 같이 강제로 벗겨서 그 실적이 확연하게 보는 것이 속이 후련하고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아무런 해결점도 찾지 못한 채 매년 되풀이되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변화하고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보다 많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옷 벗기기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옷을 벗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부터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조금 오래 걸리고 반응이 늦게 와도 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나그네가 햇볕으로 인하여 옷을 스스로 벗을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마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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