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 전자기기의 심장
건전지, 전자기기의 심장
  • 유병규 기자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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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들다

1791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렉산드로 볼타에 의해 처음 고안된 건전지는, 소금에 적신 종이를 동판과 아연판 사이에 낀 간단한 구조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알칼리, 수은, 리튬 등의 다양한 물질을 통해 전지의 수명을 늘리고, 힘 좋은 전지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전자기기를 작동시켜주는 심장인 전지는 과연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 것일까.

건전지에 전기를 담아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건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낸다. 건전지의 원리를 살펴보기 전에 간단한 과학지식을 한 번 알아보자. 모든 물질은 전기를 가지고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인 원자는, 양자와 전자로 이뤄진다. +성질을 가진 양자를 -성질인 전자가 둘러싸고 있는데, 평소에는 양자와 전자의 전기량이 항상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금이나 은, 나트륨 등과 같은 물질은 상황에 따라 전자들이 밖으로 나가거나 안으로 들어와 불균형을 이룰 수가 있다.

물질들이 전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자를 받은 원자는 -성질을 더 얻어 음의 성질을 띠게 된다. 이를 음이온이라 한다. 반대로 전자를 잃은 원자는 +성질이 더 많아, 양이온이라 불린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건전지는 아연통과 탄소막대 사이가 전해질인 염화암모늄으로 채워진 구조다. 전해질이란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이온은 이 전해질을 타고 움직인다. 원자는 양자와 전자의 균형이 불안정한 상태면 다른 원자와 전자를 주고받아 안정되기를 바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물질마다 양자와 전자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전자가 적을수록, 양자와 전자의 연결이 약할수록 이 전자를 잃기 쉽게 된다.

아연은 전자를 잃기 쉬운 구조라 건전지가 도선과 연결되는 순간 전자를 아연통에 남기고 남은 물질은 아연이온으로 바뀐다. 중간에 끼어있는 염화암모늄은 아연이온에 의해 밀려나 탄소막대 쪽으로 모이게 되고 탄소막대에서 전자를 가져가게 된다. 전자를 얻은 염화암모늄은 수소와 암모니아로 바뀌고, 전자를 빼앗긴 탄소막대는 균형이 +성질로 치우치게 된다.

다른 종류의 금속과 전해질로 인해 전압이 발생한다. 전압차이에 의해 +방향에서 -방향으로 전기가 전해진다. 건전지 내부에 +극과 -극 사이가 막혀있어 평소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지만 전자기기의 도선을 만나면 전기가 흐를 수 있다. 이것이 건전지의 원리다.

덧붙여 건전지의 수명이 다하는 것은 염화암모늄이 수소와 암모니아로 바뀌면서 정상적인 화학반응을 방해하는 것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를 물로,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해주는 물질이 건전지 안에 들어있지만 화학반응이 계속되면, 전체적인 힘이 감소하게 되고 결국 건전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충전을 해서 사용하는 축전지들이 나와 있다. 축전지는 건전지가 -극인 아연에서 +극인 탄소막대로 화학반응이 진행됐다면, 이를 반대 방향으로 화학반응을 시켜 원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전지를 의미한다. 건전지와 축전지의 차이는 내부물질이 이런 화학반응과 원상태로 복귀하는 환원과정이 가능한지에 따른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건전지는 약 200여종 정도 된다. 전자기기에 맞춰 이에 맞는 전지를 생산하는 추세에 따라 이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참고: 저서 「전지의 기초」, 「전자 이동의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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