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소리 없는 시대의 목소리가 되라!
인디음악, 소리 없는 시대의 목소리가 되라!
  • 취재부
  • 승인 2005.08.30
  • 호수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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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장르 중 펑크 음악 밴드들은 역사적으로 그 저항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이다.  1970년대 영국 펑크문화의 이단아이자 청교도 부모세대의 골칫거리였던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가 전미순회 공연을 위해 히드로 공항에서 BBC 방송사와 인터뷰 도중 카메라에 침을 뱉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당시 아침 생방송에서 일어난 이 사건으로 영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섹스피스톨스’를 영구 추방하라는 부모 세대의 분노가 언론을 뒤덮었다. ‘섹스 피스톨스’의 ‘방송사 습격 사건’을 기점으로 영국의 펑크문화는 기성세대와 언론으로부터 이른바 ‘펑크 길들이기’라는 대대적인 정화운동에 시달려야했다. 30여년이 지나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한국 방송 역사상 전례가 없었고, 납득하기 어려운 펑크 밴드 ‘카우캄의 전라 퍼포먼스는 전국을 음란한 블랙홀에 빠지게 했다.

주류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절대 다수가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문화적 맥락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급기야 ‘펑크는 모두 한통 속’이라는 신념 하에 이명박 서울시장은 음란한 펑크밴드들을 색출하기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주류미디어와 기성세대는 공연 중 한 멤버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온 것을 지적하며, 이들의 음란함과 반민족성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럭스’와 ‘카우캄 맴버들은 이러한 모든 비난을 받아도 될 만큼 정말 반인륜적이고 정신 나간 짓을 한 것일까? 물론 이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욱이 이들 말대로라면 성기노출은 주류 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닌 그저 재미삼아서 저지른 행동에 불과하니 말이다. 재미삼아 지상파방송과 기성세대에 ‘한번 멋지게 물먹여 보이겠다’는 객기 안에는 오랫동안 잠재되어 온 정치적 무의식이 스며들어 있다.

이들의 잠재 심리는 프로이트의 지적대로 마치 ‘억압된 것이 회귀’하듯이 응축과 대체의 과정을 거치면서 흉칙한 괴물의 형태로 표면 위로 폭발된 것이다. ‘카우캄의 성기노출은 표면적으로는 탈정치적인 음란 행위이지만, 정작 이들의 정치적 무의식이 기도한 심층의 공격 지점은 이른바 우리사회의 주류라고 자칭하는 것들의 왜곡된 표상들이다. 펑크문화의 ‘문화적 일탈’과 ‘사법적 비행’을 구별하지 않는 주류 기성사회, 더럽고 불결한 펑크족들의 행동을 모두 범죄행위로 단속하려는 공권력의 폭력적인 시선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분별없는 철부지 행동을 한 ‘럭스’와 ‘카우캄에 있거나, 사전에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제작진에 있기보다 오랫동안 비주류 문화를 소외시켜온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오히려 필자의 짐작이 아닌, 카우치가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청년실업’, ‘불평등한 경제’, ‘남북문제’ 등. 아직도 모순 된 사회에 살면서도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줄어든 현시대에 카우치가 당당하게 시대정신의 목소리가 되어주면 어땠을까. 실제로 지금도 많은 펑크밴드들은 그러한 구호를 간접적으로 음악으로 전달하고 있다. 꼭 방송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그러한 모험적인 행동들이 지금 비주류 문화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인지 모르겠다. 

양기민<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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