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불마당집 있던 그 곳 _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괴불마당집 있던 그 곳 _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 류민하 기자
  • 승인 2011.02.27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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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층 아파트들에 가려 인왕산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현저동에서 소설 「엄마의 말뚝」의 배경이라는 판자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인왕산 주위는 이미 아파트로 가득했다. 다닥다닥 판자촌이었다는 현저동의 옛 모습을 찾기 위해 아파트 외곽을 돌아 인왕산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상상꼭대기’ 현저동이 산마루와 만날 때 쯤 성곽이 보였다. 주인공 ‘나’가 통학할 때 항상 지났던 곳이자 오빠가 응석부리던 ‘나’를 회초리로 때리려고 했던 곳이다. 성벽을 따라 사직터널 방향으로 죽 내려갔다. 성곽부근엔 체육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가족단위로 나오거나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성벽은 꽤 길게 이어지더니 구멍가게 앞 모퉁이 길을 사이에 두고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어른이 된 주인공 ‘나’는 이곳에서 돌아다본 성벽이 ‘신흥 부잣집 담장 같다’며 낯설어한다. ‘나’의 가족들은 문 안으로 이사한 뒤에도 현저동 괴불마당집을 잊지 못했다. 6ㆍ25전쟁이 터졌을 때도 미처 피난을 가지못한 가족들은 이 집을 찾았다. 힘들고 처절했지만 현저동은 그 가족의 ‘말뚝’이었다. 이어진 성벽은 얼마안가 다시 끊겼다.

다시 길을 되짚어 올라와 성벽위에 섰다. 발밑에 비로소 판자촌의 흔적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집에 길 명패가 붙여져 있다. 사람이 사는 모양이었지만 아파트의 높다란 기세에 눌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여기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인왕산이 잘 보이지 않게 됐다.
▲ 2. 학교가 파하면 '나'는 성터에 올라 서울 장안을 굽어보기도 했다.


소설 후반에서 어른이 된 나는 우연히 현저동 부근을 지나다 가슴이 허전해지는 경험을 한다. 4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던 현저동에 연립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인왕산을 가리고 있던 현대아파트 정문께에는 다른 고층아파트가 인왕산을 가려서 재건축을 반대한다는 플랜카드가 붙어있었다. 누군가에게 말뚝이었을 현저동은 계속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글ㆍ사진 류민하 기자
사진 심소연 기자

▲ 3. '나'가 큰 집으로 착각했던 서대문형무소의 높은 벽돌담장.
▲ 4.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관람을 끝내고 나온 아이들.
▲ 5. 성벽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곳. '나'는 여기에서 낯설음을 느낀다.








▲ 6. 판자촌이었던 자리에는 연립주택들이 가득 들어선지도 오래다.












▲ 7. 성벽위에서 내려다 본 현저동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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