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입니까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입니까
  • 유병규 기자
  • 승인 2011.02.27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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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리미널 효과, 아직 답은 안보인다

1985년 2월 23일, 레이먼드 벨크냅과 제임스 반스라는 두 소년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미 마리화나와 술로 인해 판단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그들은 음악의 가사를 힘껏 외치고 있었다. 그 순간, 무엇에 이끌린 것처럼 그들은 ‘해치워 버려, 해치워 버려’라는 말을 외치며 총구를 자신의 얼굴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레이먼드 벨크냅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제임스 반스는 안면전체가 일그러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단순한 우발적 자살로 처리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제임스 반스가 주다스 프리스트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하면서 복잡한 국면을 맞는다. 그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에 서브리미널 메시지가 담겨있었고 이 메시지가 자살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서브리미널 효과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정말로 그들의 행동이 이 서브리미널 메시지 때문이었다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어떠한 자극으로 인해 조종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브리미널 효과는 과연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시작부터 흔들렸던 서브리미널 효과
1956년 심리학자이자 광고업자였던 제임스 비커리는 상영 중인 영화화면에 ‘팝콘을 먹어라’, ‘콜라를 마셔라’라는 메시지를 3천분의 1초로 삽입했고 5초 간격으로 반복했다. 이는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콜라와 팝콘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는 서브리미널 효과의 시작임과 동시에 서브리미널 효과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절대적 사례가 됐다.

제임스 비커리의 실험 이후, 서브리미널 효과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고 정부에선 이를 우려하며 서브리미널 효과를 제한하는 법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브리미널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정부의 철저한 대응으로 인해, 서브리미널의 효과는 이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제임스 비커리의 실험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실험에 필요한 조건들이 지켜지지 못했다는 주장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즈키 고타로는 저서「무서운 심리학」에서 ‘실험이 이뤄진 1950년대에 3천분의 1초 동안만 화면을 영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술이었다’며 ‘3천분의 1초가 가능하더라고 해도 이런 상태에선 뇌를 자극하기는커녕 망막조차 자극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요한 카르만스는 “실험결과를 정리한 논문이나 보고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제임스 비커리의 실험결과의 논문과 보고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제임스 비커리가 자신의 실험결과를 발표한 지 6년 뒤인 1962년, 결국 그는 자신의 실험결과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미 서브리미널 효과가 퍼져 나갈대로 퍼져 나간 상황에서 제임스 비커리의 고백은 너무 늦은 듯 보였다. 이마저도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못해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결국 서브리미널 효과의 시작이자 근본이었던 제임스 비커리의 실험결과가 거짓으로 판명됨에 따라, 서브리미널 효과는 항상 의구심이 따라다니게 됐다.

과연 서브리미널 효과는 존재할까
앞서 이런 주장들은 잠재의식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 서브리미널 효과를 증명하려는 시도도 많았고 이를 보여주는 결과도 존재한다.  미시간대학의 하워드 셰브린 박사는 뇌파 측정기를 착용한 피실험자에게 화면으로 ‘공포’와 같은 문자를 1천분의 1초 간격으로 투사했다. 화면을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문자가 비춰지고 4분의 1초 뒤, 피실험자의 뇌파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발견됐다. 이는 사람이 눈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뇌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또 작년에는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처음으로 서브리미널 효과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서브리미널 효과가 나온 지 5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사이언스」에 한 편도 실리지 못했다는 점을 볼 때, 이제는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듯 보인다.
서브리미널 효과를 이용한 상품도 많이 있다. 집중력을 높이거나 다이어트를 돕는 서브리미널 음악들과 잠재의식을 자극해 판매증진을 도모하는 광고들이 있다. 또 1978년 홀 베커 박사는 루이지에나주의 한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나는 정직하다’, ‘나는 훔치지 않는다’라는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넣었으며 연간 약 160만 달러의 도난금액이 90만 달러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서브리미널 효과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심리학  주류 진영에선 ‘실험 방식과 원리 규명에 있어 합리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서브리미널 효과를 주장하는 쪽에선 원리 도출 과정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에서 서브리미널 효과를 금지하는 것 자체도 서브리미널 효과의 유효성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현재로는 서브리미널 효과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갑자기 팝콘과 콜라가 먹고 싶어진다면, 이게 서브리미널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무의식과 관계없는 다른 이유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온 제임스 반스의 법정소송사건은 결국 서브리미널 효과를 증명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고였던 주다스 프리스트의 승리로 돌아가게 됐다. 실제로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을 검사한 결과 ‘악마의 혼을 불러라, 신을 강간하라’나 ‘해치워 버려’ 등의 메시지가 들어있었고 주다스 프리스트의 한 멤버도 후에 이를 시인했다. 그렇다면 두 소년이 ‘해치워 버려’라고 외친 것이 음악 속에 담긴 서브리미널 메시지와 같았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서브리미널 효과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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