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버텨갈 당신들에게
2011년을 버텨갈 당신들에게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12.31
  • 호수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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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최선도 아니고 확실하지도 않으면 다시 해오세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로엘 백화점 CEO인 주원이 임원들이 가져온 기획안을 볼 때마다 하는 대사입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유행어가 된 이 대사가 가볍게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아등바등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도 만만치 않은 한해였습니다. 백령도 앞바다에선 천안함이 두 동강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고 인천 땅에선 실제 전쟁 상황까지 경험해야 했습니다. 공정사회를 외쳤지만 △외교부 특채 파문 △검사 스폰서 사건 등 수많은 지도층이 젊은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다주기도 했습니다. 무한 경쟁 속에서 체
제에 순응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고 말하는 그들의 역설적인 모습에 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펙 세대’라고 비아냥 받던 20대 젊은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해이기도 합니다. 사회문제에는 무관심한 채 무기력하게 지도층에 순응해 살아간다고 평가받던 20대들이 스스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6ㆍ2지방 선거에서 20대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유권자 운동을 벌였고 직접 선거 후보에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매 선거마다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20대 선거참여율 또한 점차 상승했습니다.

2011년 또한 우리들에게 스펙 쌓기와 더불어 의식 있는 젊은이가 되는 것까지 요구할 것입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라임의 말처럼 ‘삼신 할미 랜덤’ 덕에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끝임 없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대사를 현실에서 들으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올해도 A+를 위해서 도서관을 다니고 토익에 치이고 인턴자리 하나에 목숨 거는, 스펙을 위한 대학 생활이 이어질 것입니다. 또 버거운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 때문에 나의 일 외에는 관심 가지지 않는 생활이 반복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성 정치판 뺨쳤던 지난 총학 선거에 대다수 학생들이 무관심했던 것처럼.

아직까지도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조차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대다수 대학의 총학 투표율은 겨우 50%를 넘기고 정족수 미달로 총학 선거가 이뤄지지 않아 몇 년째 총학이 부재한 대학도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가장 밀접한 사회인 학교 소식을 알려주는 대학 신문에 대한 관심 또한 미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2010년 당신들이 보여줬던 열정과 분노를 잊지 않고 다시 불꽃을 되살려주셨으면 합니다. 군비경쟁처럼 단지 취업을 위해 무분별하게 스펙을 쌓아야만 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 6ㆍ2지방 선거에서 기성정치판을 바꿔보겠다는 열정, 20대를 다시 중심으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기대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증후군이란 질환이 있다. 매일매일 동화 속을 보게 되는 신기하면서도 슬픈 증후군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이 라임의 모습을 마음속에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하는 대사입니다. 물체가 만원경을 거꾸로 한 것처럼 멀어 보이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증후군에 걸린 주원처럼 세상을 왜곡해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닥친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20대의 2011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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