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자신을 위한
거울, 자신을 위한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12.31
  • 호수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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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각<학생처 ㆍ취업지원센터>
우리는 거울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기들이 거울을 보면서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여태껏 알지 못 했던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신기함과 경이로움 때문일 것입니다. 수도 없이 거울을 보며 살아온 우리 어른들에게는 더 이상 그런 신기함은 없지만 말입니다.
태진아 씨의 노래 ‘거울도 안 보는 여자’에는 ‘거울도 안 보는 여자~ 거울도 안 보는 여자~ 외로운 여자~’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거울도 안 보는 여자는 왜 외로울까요? 남에게 잘 보일 것이 없는 사람은 거울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왁스를 바르고, 새로 맞춘 안경이 잘 어울리는지 아침에 먹은 김치찌개에서 고춧가루가 끼진 않았는지 잘 살펴봅니다. 이빨에 고춧가루가 낀 채로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없고, 옷매무시를 잘하지 않고 출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거울은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을 꾸미는 데 유용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지금같이 복잡다단한 시대, 이미지가 중요해지는 시대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 타인이 판단하는 자신의 모습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우리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공부 잘하는 모범생처럼 ‘보여야’ 하고, 예쁘고 청순한 숙녀처럼 ‘보여야’ 하고, 지식 있고 유능한 상사처럼 ‘보여야’ 하고,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남자친구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세상을 문제없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다.’ 영국의 위대한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들 즉, 아들, 아버지, 남자친구, 여자친구, 부장, 과장, 학생, 교수, 동생, 오빠 등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무대 위의 배우들일지도 모릅니다. 배우라는 말이 참 멋있게 들리지만, 실상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고충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연극이 끝나고 나면 무대 뒤에서 느껴지는 그 허탈감과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허무한 감정들을 제대로 극복해 내지 못 하는 배우는 다시 무대 위에 서는 것이 두려워지겠죠. 다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것이 고통스럽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훌륭한 배우라면 무대 뒤의 공허함과 허탈감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배우는 언젠가는 다시 무대 위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배우로서 훌륭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대를 내려왔을 때 즉, 자기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들을 내려놓았을 때의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해 민감하게 느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 자기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지요. 하루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들,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느껴보는 혼자만의 시간들, 마음 속 깊은 곳 있던 평소 하고 싶던 일들을 하는 시간들이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일 것입니다. 2011년에는 하나씩 자신을 위한 거울을 꼭 장만하시길 바랍니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오래 오래 훌륭한 연기를 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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