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소비자, 프로슈머
프로 소비자, 프로슈머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0.12.31
  • 호수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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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생산에까지 발을 넓히다

연극 속, 안개가 어스름히 깔린 새벽, 미용실 건물 주인이 싸늘한 채로 발견된다. 목격자는 연극을 관람하는 관람객뿐, 형사들은 범인을 찾으려하고 미용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알리바이를 내세운다. “저건 거짓이야” 관람객이 거짓증언을 지적한다. 범인 또한 당시의 관람객에 따라 변화된다.

현재의 연극은 이처럼 구성의 변모가 많이 된다. 과거와는 많이 다른 양상이다. 소비자 또한 그 양상이 변화해가고 있다. 소극적으로 상품을 구입하던 입장에서 제조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해 상품을 발전시켜 나간다. 연극에서처럼 소비자와 기업이 나란히 제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을 일컬어 프로슈머라 하며 수천 명의 웹 사용자들이 만드는 ‘위키피디아’와 ‘오마이뉴스’ 등이 프로슈머의 역할이 대두되는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 프로슈머와 함께 발맞춰
벤카트 라마스와미<미시간대ㆍ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프로슈머는 기업 역량의 새로운 원천”이라 전했다. 이제 시장은 하나의 공동 토론장으로 변모했고 그 안에서 소비자는 가치를 창조하고 완성해나가는 데 있어서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창출해 내는 역량은 그들의 지식과 기술, 능동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정도에 달려있다.

기업은 프로슈머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식별하고 회사의 지적 자산을 늘려 이들을 통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이 분야의 생산 기업들은 실험실에서 제품을 실험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소비자 환경에서 제품을 실험한다. 65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2000 베타버전을 시범 사용한 후, 소프트웨어 생산 기업과 상품 개선에 관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소비자는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사소하고 잦은 결함이라도 발생할 경우 금세 인내심을 잃어버린다. 베타버전 실험은 윈도 2000 프로그램에서 이전 버전의 사소한 결함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윈도를 공동 개발하는 데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이 기여한 투자의 가치는 시간, 노력, 자본 등에서 거의 5억 달러를 상회한다.

프로슈머의 역량을 이용해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프로슈머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프로슈머가 다가오도록 해야 한다. 벤카트 교수는 “기업은 진행 프로젝트에 소비자의 참여를 가능케 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 이상 기업이 정보에 접근하는 길을 독점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중개인의 영역이던 주가, 시장 정보, 거래 정보 등이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됐다. 이 상황에서 기업은 고객과 대화를 나눌 때 평등을 전제로 해야함을 인식하고 소비자의 참여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으로 소비자의 다양성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메일 서비스인 핫메일을 예로 들어보자. 핫메일 이용자는 3천만 명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핫메일 이용자들에게 이용요금을 청구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개인 정보 제공을 요구한다. 그리고 광고주를 끌어들이는 데 그것을 이용한다. 그러나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발전을 택할 때 비로소 다양한 프로슈머와의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와 함께 개인화 경험을 공동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역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단지 대화를 시작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들은 기업이 미리 짜놓은 경험의 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갈수록 그러한 경험을 자기 스스로 혹은 전문가나 다른 소비자와 함께 겪어나가기를 원한다.

프로슈머, 직업으로 발돋움하다
현대의 사람들은 노동소득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정균승<군산대ㆍ경제학과> 교수는 “그러나 급격하게 변화되는 21세기에는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과거 산업사회에서 벗어나 단순소득을 넘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프로슈머는 단순소득 이외의 금액을 창출해 경우에 따라서 소득의 규모가 엄청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시대의 프로슈머는 아날로그 시대의 소비자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소비패턴을 보인다. 그들은 단순한 소비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와 유통과정에도 관여함으로써 전방위적인 마케팅의 전사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이윤은 물론이고 부가적인 소득을 창출한다. 프로슈머의 활동영역을 살펴보자.

우선 프로슈머는 신제품의 기획 및 디자인 영역에 참여한다.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상품 기획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공모해 채택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상금과 입사 시 특전부여 같은 특혜를 주고 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소비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델 컴퓨터사는 완성된 제품을 출시하여 고객의 주문을 받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했고 먼저 고객이 원하는 사양과 기종, 가격을 결정한 다음 제조에 들어가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또한 프로슈머가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델 컴퓨터사는 미국 최대의 컴퓨터 제조회사가 됐다.

마지막으로 프로슈머는 유통의 기능을 대신 담당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거래할 때 중간상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을 생산자에게 직접 주문하고 생산자는 이를 고객에게 직접 배달해주기 때문에 고객은 종전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기는 것이다. 게다가 구입실적에 따라 누적 포인트에 해당하는 만큼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캐시백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로서 돈을 쓰면서 돈을 버는 일거양득의 소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슈머는 21세기의 전문직업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교수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프로슈머가 되기 위해서 열정뿐 아니라 풍부한 상식과 전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성품을 갖추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무능해 보이면 소비자를 이끄는 리더로서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정 교수는 “프로슈머는 21세기의 한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목표와 비전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윈윈 정신을 확고히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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