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먼 당신의 이름, 독서
내겐 너무 먼 당신의 이름, 독서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0.12.04
  • 호수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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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청년 독서율에 날개를 달다
▲ 대형서점에 가면 서서 책 읽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저명한 설교학자 오스틴 펠프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낡은 외투를 입을지언정 새 책을 사는데 게을러지진 마라.” 우리에게 익숙한 안중근 선생이 전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씀도 있다. 독서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돼왔다. 펠프스의 명언처럼, 겉모습을 치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물어 가는 한해를 되돌아보는 이 시점에서 자신의 독서 습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한 장. ‘책 읽는 대학생’의 현주소

적은 독서량이 우리사회의 문제로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나라들 중 최저수준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 성인의 1인당 평균 독서량은 연평균 10.9권이다. 연평균 독서량이 21권이라는 핀란드인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1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10명 가운데 3명 꼴이라는 통계 결과 역시 이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11분이다. 초등학생들의 평균치인 22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문제 해결의 방안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 대학생들의 독서가 어떤 형태를 가지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의 독서 습관은 이전까지 자신이 유지해 온 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이승채<전북대ㆍ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대학생이 즐겨 읽는 도서의 종류에 대해 “한 학생이 초등학교에서 중ㆍ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진학한 후까지 읽는 도서 종류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일반도서, 잡지 등  특정 분야를 많이 읽은 학생들은 대학생이 될 때까지도 이런 성향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책을 읽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편화, 주 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여가시간이 증가했지만 이것이 독서 시간의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독서 시간은 주체적인 독서 습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고 여가 시간과 독서 활동의 독립적 관계를 설명했다.

특히 대학생들의 독서 문제에 관해 새로운 견해가 제시됐다. 봉강훈<경희대ㆍ장서계> 계장은 “일반 추천서와 필독서로 지정되는 도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봉 계장은 “난이도에 대한 설명이나 해제가 없는 도서 목록들은 부담만을 줄 뿐”이라며 “단계도 없고 가이드도 없는 독서 방식은 자발적으로 독서를 하고자하는 학생들의 흥미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독서 생활에서 나타나는 긍적적 효과에 대해 구연배<서해대학ㆍ아동복지과> 교수는 “독서는 대학생이 청년기 발달과업과 관련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독서요법 과정 속에서 개인적 문제 해결의 열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책과 독자 사이의 상호소통을 통해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고 건전한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독서요법의 목적”이라며 “독서요법 프로그램을 다변화해 개발하는 것과 실제로 독서요법을 실행할 전문가를 양성하고 배치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두 장. 함께 읽어 더 즐겁다

대학생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의 부족함이 지적된 가운데 여러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려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은 교육과정에 독서 관련 과목들을 포함시켜 학생들의 독서, 토론 문화를 장려하려 했다.

우리학교에서도 백남학술정보관의 주관 하에 ‘독서대축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독서 골든벨 △명소 답사 △저자 초청강연 등으로 이뤄지는 ‘독서대축제’에 대해 신남호<백남학술정보관ㆍ정보지원팀> 과장은 “실행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친 권장 도서 목록을 이용한 독서 활동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독서 분위기’를 심어주고자 했던 것이 행사의 주최 목적”이라며 “공간, 인간, 시간 등 새로운 도서 분류 기준을 도입한 것은 기존의 권장도서 목록에 속한 도서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전했다. ‘독서대축제’의 일환인 ‘독서 골든벨’ 행사에 참가한 이민주<인문대ㆍ국어국문학과 10> 양은 “독서 골든벨 지정도서들을 통해 평소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며 “명저 현장답사에서는 교수님, 타과 학생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 수 있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경희대에서는 올해부터 ‘경희대학교 독서문화프로젝트’를 새로이 실시했다. 프로젝트 창안자인 최윤희<경희대ㆍ열람과> 직원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독서 감상ㆍ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해 활동 후기를 제출하는 방식이며 원하는 경우 교수님과 함께 활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그램 내 학생들의 소모임을 모아 전체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한다. 최 직원은 “처음 모집 인원이었던 100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지원해 조기 마감해야했던 아쉬움이 있을 만큼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우리학교의 도서 행사는 학생들이 학과 강의를 신청하듯이 담당 교수님의 교안을 보고 모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과 활동 상황을 설명했다. 최 직원은 “현재는 판타지 소설이나 드라마로 제작된 연애 소설들이 여타 인문학적 도서를 누르고 학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유행하는’, ‘전공과 관련된’, ‘처세술’ 도서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수준 있는 도서를 접하도록 할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전남대 기초교육원에서 실시한 독서 프로그램 ‘다독다독’은 모든 독서 그룹마다 교수가 함께한다. 정나래<전남대ㆍ교수학습지원센터> 연구원은 “단순한 독서와 토론 프로그램의 수준을 넘어 교수 지도 아래 원활한 독서 소통 문화를 만드는 것이 ‘다독다독’의 핵심 취지”라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선정 도서에 대해 “교수님의 제안을 받아 학생들이 의견을 조율하거나 반대로 그룹 내 학생들이 자유로이 도서를 선정하되 교수님의 피드백을 거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참여자들의 반응에 대해 “학생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고 교수님들은 학생들과 공통된 주제로 심층적 토론을 한다”며 “이런 상호작용을 거치며 다양한 관점을 체험하고 서로 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어 양측 모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류민하 기자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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