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후보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후보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11.20
  • 호수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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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는 모처럼 많은 후보들이 출마해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후보만큼 가지각색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습니다. 어떤 후보가 당선돼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의 첫 번째 조건은 당선되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떨어지면 절대 안 된다’ 정도의 생각을 갖고 출마하는 후보가 좋습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그 열망을 측정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들 자신만이 학생을 위한 일꾼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진위를 가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 선거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소통을 하는지 눈 여겨 봅니다.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소소한 질문이나 항의도 무시하지 않고 답변하는 후보. 이런 후보들의 열망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다음 조건은 학교와 학생에 대한 애정입니다. 이는 공약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상세한지 보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기본 전제는 관심입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를 기억하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점이 궁금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커지는 것이지요. 그게 연애든 짝사랑이든 말입니다.

학교와 학생에 대한 사랑도 똑같지 않을까요. 각 후보들은 다년간 학교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 기간 동안 학교와 학생들을 사랑했던 후보라면 그 공약이 남다를 것입니다. 학교에 문제점의 원인과 해결책을 파악할 수 있고, 학생들의 불만사항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무맹랑한 공약들보단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들만 공약집에 담겠지요.

하지만 이번에 출마한 일부 학생들의 경우 그런 진정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허무맹랑한 공약은 둘째 치더라도 기본조차 안 된 학생들이 후보라며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선거 후보 등록 마감 시간에 늦은 채 등록을 받아달라는 항의를 한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또 일부 학생들은 학생회비를 미납했다고 하지요. 이들은 모두 선거 세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가장 기본인 후보자 등록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지요. 하지만 다들 고의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며 후보자 등록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당신들에게 진정성이란 게 있습니까. 진정 선거에서 당선되고 싶다면 기본적인 선거세칙은 이미 꿰고 있어야 합니다. 얼마나 학생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었으면 학생회부 납부 방법을 모를 수 있습니까. 또 얼마나 선거세칙을 우습게 여겼으면 마감 기한을 어겨도 무작정 받아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마감 시간은 사소한 것이고 조금 넘긴 것뿐인데 이런 비판은 너무 냉혹하다고요. 여러분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기성 정치인들도 선거 때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그런 사소한 부분입니다. 우습게보지 마세요. 선거세칙도 법입니다.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나요. 그게 악법이라면 불법을 자행하는 것보다 당선 뒤 개정하는 게 맞는 일입니다.

진정성 없는 당신들이 후보라면서 추천인 명부에 서명을 받고 표를 달라고 읍소하는 장면을 생각하니 꽤나 불편해집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당신 같은 학생들이 당선됐을 때 내년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 심히 걱정입니다.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않은 채 권리만 주장하는 당신들이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이라면 이는 한양대에 대한 모욕입니다.

부디 학생들이 진정성 없는 당신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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