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국제기구 입사기
A씨의 국제기구 입사기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11.13
  • 호수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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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국제기구 입사기
박형준 <동아일보·경제부>기자

지난 1일 세계은행 부총재가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 나타났다. 인사담당자가 온 것은 처음이어서 의아했다. 그의 발언은 충격이었다. “세계은행은 한국의 경제신화를 알릴 한국인 전문가를 더 많이 채용하고 싶습니다. 한국경제의 신화는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보여 줍니다.”
이 브리핑을 듣자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일관되게 기자 준비를 했지만 짧은 외도를 했던 게 외무고시 준비와 국제기구 입사였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IMF와 함께 경제분야 국제기구의 쌍벽을 이루는 WB 인사담당자가 직접 방한해 한국의 인재를 구하다니.
한국의 위상이 이만큼 크게 바뀐 만큼 후배들에게 국제기구 근무를 한번 고려해 보길 권한다. 해외 무대를 상대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고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기에 복지혜택도 좋다. 툴루이 부총재는 복지후생을 묻는 질문에 “최고 대우를 한다”고만 했다. 국제기구 전문직원의 경우 연봉은 10만 달러(약 1억1100만원) 수준이다.
7개 국제기구의 취업 설명회에서 각 인사담당자들이 밝힌 채용 조건의 공통분모를 뽑아보면 △원활한 영어 구사 능력 △석·박사 이상의 학위 △최소 2∼3년 이상의 관련 실무경험이다. 그리고 공식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지만 ‘하고자 하는 열정’과 ‘세계와 공공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대학원 재학 시절 만난 친구의 경험담을 소개하려 한다. 기자 준비를 하면서 국제기구 진출도 알아보기 위해 고려대 국제대학원을 진학했다. 그때 동기 중에 경희대 출신 92학번 A씨가 있다. 그는 현재 유럽부흥개발은행에 다니고 있다.
먼저 A씨의 영어 실력은 고만고만하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픈 말을 정확하게 말하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려면 영어는 기본이다. A씨처럼 토종 영어를 과감하게 구사해도 된다.
학사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WB의 ‘주니어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츠’는 28세 미만의 학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 A씨의 경우 고려대 국제대학원이 최종 학력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석사 학위’가 아니고 학창시절의 ‘국제기구 경험’이다. A씨는 웬만한 국제기구에서 인턴을 섭렵했다. 국제기구의 한국 지부가 있는 곳을 샅샅이 뒤져 인턴을 했고, 그 국제기구가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콘퍼런스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인턴을 하며 나름 여러 국제기구 인사들과 친분도 쌓았다.
마지막으로 실무 경험. A씨는 대학원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거기에서 2, 3년 해외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미국계 컴퓨터회사의 중국 상하이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하지 지사장으로 몇 년 지내다가 아프리카 쪽 국제기구에 진출해 아프리카에서 2, 3년 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유럽부흥개발은행에 합격했다. 참고로 A씨는 국제기구 정식 직원 입사지원도 거의 모든 기관을 다 뒤져 이력서를 냈다.
후배 여러분, 어떠신지.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도전의식이 생기지 않으시는지. 특히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시간적 여유가 있는 대학 1, 2학년생이라면 더더욱 욕심나지 않으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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