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어디까지 가 봤니
한국어, 어디까지 가 봤니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0.11.13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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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이전에 내부적 준비부터 철저해야

“한글은 의심할 여지없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중 하나로 꼽아야한다”
(재프리 샘슨, 영국 석세스 대학 인지 컴퓨터학부 교수, 문자 학자, 언어학자)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존만, 영국의 과학사가, 여행가)

마이클<서강대어학당> 군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 후 한국으로 와 2년여의 기간 동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아직 한글쓰기가 익숙지 않아 어렵지만 한국어를 하나하나 익히는 과정은 재미있죠.” 취업 준비 중인 로버트 씨도 “흥미진진한 한국말과 함께 살아 온지 벌써 5년”인데 “일자리에 빨리 취직해 한국에서 살 예정이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한국어가 뜨고 있다.

한국어, 세계를 잡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과 재외동포의 한국어 구사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응시생 수가 1997년 첫 시행 일본, 카자흐스탄 4개국 2274명에서 12년만에 17만 507명으로 75배로 급증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폭탄테러의 비상시국에도 응시율이 98%에 달했다.

중국의 대학가에는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4년제 대학이 2009년 70개교를 넘은 상태다.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베이징 제2외국어대와 중앙민족대 등 5개 대학에서는 ‘한국어 웅변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베이징 어언대에서는 ‘중국한국어백일장’이 매년 열리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족 6만 여명은 한글을 자신의 언어 표기 수단으로 정하기도 했다. 일부 번역의 오류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글을 공식 채택했다고 오도되기도 했지만 이는 결국 찌아찌아족이 사는 바우바우시에서 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도 한국어의 세계화에 발맞춰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7년부터 해외 25개국 80개소에 ‘세종학당’을 세워 한국어를 보급하고 있으며 세계 한국어교육자 대회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겨루기 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권재욱<한국어세계화재단ㆍ세종학당부> 팀장은 “세종학당에는 실제 정부예산 투입으로 해외에 설립하는 학당과 인증을 통해 브랜드를 같이 쓰는 민간 한국어교육기관이 있다”며 “이미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자국어를 브랜드화 시켜서 보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존재 한다”고 말했다.


왜 한국어 인가
한남대학교에서 발표된 「한국어 해외 보급 실태 조사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한 글자가 한 음소를 표시하는 24개의 글자를 가져 음소수가 적고 이를 결합해 음절 단위로 한 글자로 모아쓰기 때문에 현대 정보 기술 처리에 매우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또 한글로 표기되는 한국어는 창제자와 창제일자 창제원리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원본 국보 제70호를 1977년 10월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했다.

한국어는 한 글자에 한 소리만 대응돼 신속하게 정보를 관리할 수 있으며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가 가능하며 더욱이 이를 음소단위로 분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가나문자에 비해 효율적이다. 논문의 저자 박종오<한남대ㆍ한국어교육과 석사 과정> 씨는 “특히 이는 20세기 후반 컴퓨터에서 음절 모아쓰기가 자동처리 되면서 급속히 신장된 한글의 기계화와 정보처리가 오늘날 IT강국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뚜렷이 구분되는 문자로 자음과 모음의 생성원리가 다를 뿐 아니라 형태면에서도 구분된다. 즉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습을 바탕으로 이뤄진 반면 모음은 수직선이나 수평선등의 선을 이용해 디자인돼 있어 한눈에 구분된다는 것이다.

한글은 한 글자에 기본적으로 한 음소가 대응되는데 예를 들어 모음의 경우‘아이오’등은 어느 자리에서나 똑같은 소리로 발음된다. 이는 영어의 모음‘a’가 ‘apple’, ‘father’, ‘about’, ‘able’, ‘fall’, ‘weak’ 등에서 보는 것처럼 ‘a’의 소리 값이 여러 가지로 달라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음의 경우도 한글의 ‘ㄱ,ㄴ,ㄷ’ 등은 거의 동일한 기본 음가를 드러내나  영어의 경우 ‘c’가 ‘s’(cider), ‘k’(cocacollar) 등으로 발음되고 ‘g’도 ‘game’, ‘germ’, ‘change’ 등에서 보듯이 그 소리가 나는 자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한글이 로마 알파벳보다 말하고 쓰고 사용하기에 월등히 우수함을 보여준다.

한국어를 표기하는 한글은 음가를 알면 모르는 단어라도 발음만은 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UNESCO는 1989년 ‘세종대왕 문맹 퇴치 상’을 제정해 1990년부터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퇴치에 공이 큰 사람과 단체에게 매년 이 상을 주고 있다. 논문 저자 박 씨는 “결국 세계 언어학자 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조차 한글로 표기되는 한국어의 효용가치를 인정하면서 한국어가 인류 탈 문맹을 위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뜨는’ 한국어를 저지하는 방해물
시중에 나와 있는 한국어 교재는 약 3천여 권, 하지만 이 중 어학당의 교재들을 제외하면 자습용으로 쓰일 수 있는 교재는 극히 드물다. 한국어의 세계화를 방해하는 주 문제점으로 부실한 한국어교재가 꼽히다 보니 최근 모 은행과 같은 몇몇 기업들도 양질의 한국어 교재 개발을 사회사업의 하나로 삼고 있는 추세다. 한국어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 선현우<G9Languagesㆍ대표> 씨는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들 중에도 극히 일부만 해외에서 구입이 가능해 한국으로 오기 전 미리 배우고 싶어도 수업과 교재가 부족해 배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출판된 교재들조차 국내에서 출판돼 현지 실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TV프로그램으로 주로 공부하는 해외의 외국인들은 국내 방송사들이 저작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다보니 한국드라마는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선 씨는 “최근 유투브의 ‘장난스런 키스 특별판’이 좋은 예”라며 “5개 언어로 번역돼 3주 만에 6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방송사들도 컨텐츠를 방송과 동시에 인터넷에 올려 해외 시청자들이 결제를 통해 보게 하면 저작권 문제도 해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 씨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터넷망은 부족하지만 이동 전화망은 많아 오히려 스마트폰이 발달 됐다”며 “정부가 주축이 돼 한국어 관련 어플을 개발하는 등 현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권 팀장은 “해외 현지 출판의 경우 중국동포들이 대충 참가해서 교재 질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예산이 늘어난다면 이를 투입할 수 있는 길도 늘어나 교재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사실상 없고 전문적 능력이 아닌 자원 활동가가 한국어를 교육한다는 점도 문제다. 최정순<배재대ㆍ한국어교육원장>은  “여러 부처가 제각각 한국어 교육을 맡는 건 정책 혼선과 비효율적인 재원·인력 낭비 사례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누구든 전문적, 효율적인 학습을 할 권리가 있음에 따라 한국어 교육 정책·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되야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국내에서부터 한글에 대한 존중이 시작돼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됨에 따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 10월 1일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글날은 지난 1991년 국경일과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2005년 국경일로 다시 지정되었지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이 됐다.    

전 의원은 “한글은 우리 민족문화의 요체이며, 문자 창제는 국가 건립과 동등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며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한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우리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기리는 날로 승화시키려한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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