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강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11.13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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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잔존, 기존 비정규 강사와 다르지 않아

지난 10월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이하 사통위)가 시간강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시간강사 강의료가 오르고 계약기간도 늘어나며 ‘교원’이라는 법적 지위가 부여된다. 김상용<사회통합위원회ㆍ계층분과> 팀장은 “시간강사들은 대학교육의 주요 구성원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대책으로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대학교육 구성원으로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또 “각 대학들도 스스로 정관이나 학칙제정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비정규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기존 시간강사 제도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반응했으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선언적이고 강제조항이 빈약하여 실현 가능성이 약하다”고 비판했다.

알맹이는 빠진 사통위 대책
“껍데기일 뿐이다” 어느 시간강사가 사통위 대책을 두고 한 말이다. 시간당 강의료가 2만 3천원에서 8만원까지 오르고 계약기간도 한 학기에서 1년으로 늘어났지만 현직 시간강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비정규 계약직’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A는 “전업으로 시간강사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임금보다도 걱정되는 것이 직업 안정성”이라며 “임금과 여러 복지혜택이 늘어난 것은 고맙지만 직업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B는 “이번 사통위 대책을 통해 연봉이 천 만원에서 2천 만원 수준으로 오르지만 역시 생활을 이어가기는 부족한 금액”이라며 “계약기간도 한 학기에서 1년으로 늘었지만 해마다 일자리를 걱정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제조항 없어, 재원도 확보 못해
이번 사통위 대책에는 강제조항이 없다. 국ㆍ공립 대학은 정부가 재제할 수 있지만 사립대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사립대의 경우 사통위 대책 대부분이 대학 자율로 맡겨진 상태다. 강의료 인상 조항도 국ㆍ공립 대학은 2013년까지 8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안이 제시돼 있지만 사립대의 경우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6만원 수준으로 유도하겠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임순광<한국비정규노동조합ㆍ사무처> 차장은 원음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통위 대책은 보험적용, 연구공간 확보 등 시간강사 권리보장을 대학 자율로 넘기고 있다”며 “임금의 경우도 사립대는 강제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재원 확보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앞으로 3년간 1천 백 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조달방안은 없다. 조규산<기획재정부ㆍ교육과학예산과> 사무관은 “사통위에서 발표한 대책안은 아직 부처 간 합의가 되지 않은 건의안일 뿐”이라며 “건의안이 모두 정책화되긴 힘들고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사회통합위원회가 서로 예산부분에서 조율해 나가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조 사무관은 또 “시간강사문제의 근본원인은 박사출신 인재들이 너도나도 교수 하기 위해 시간강사로 뛰어들어 생긴 과잉공급”이라며 “다른 복지정책에도 쓸 예산이 많은데 박사라는 학벌을 갖춘 지식인들에게까지 막대한 국민세금을 써야하는 건지는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학원 구조조정을 통해 박사 시장 과잉 공급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시간강사에게 너무 많은 예산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통위 대책이 원안대로 정책에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대안, 국가교수제
사통위 대책에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국가교수제가 떠오르고 있다. 서관모<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국가교수제는 국가에서 직접 시간강사들을 채용하는 제도”라며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지금의 시간강사제도에서 불거지고 있는 △낮은 임금 △고용불안 같은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리고 말했다. 하지만 4만 명에 이르는 시간강사들을 모두 국가에서 채용하기 위해선 1조 4천 억원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서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GDP대비 고등교육 예산의 비중은 0.5%도 채 되지 않는다”며 “OEDC 평균이 1.4%인데 1%수준으로만 맞춰도 예산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자료제공: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사회통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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