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위대한 해방자 혹은 위험한 독재자
링컨, 위대한 해방자 혹은 위험한 독재자
  • 김미연 수습기자
  • 승인 2010.11.13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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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는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1863년 11월 19일 남부와 북부가 격전을 벌인 게티스버그에서 있었던 링컨의 연설 중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김형곤<건양대ㆍ교양학부> 교수는 “이 연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이들에게 게티스버그를 바친다는 의미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게티스버그 연설은 독립선언서를 기초로 해 ‘모든 사람은 똑같이 태어났다’는 미국의 독립정신을 구현했다.

게티스버그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 정신을 추구한 링컨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미국의 최고 지위인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성공스토리의 대표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링컨의 성공스토리는 중간을 생략한 이야기다. 김남균<평택대ㆍ미국학과> 교수는 “링컨은 인간 평등을 주장하고 노예를 해방시키려 했던 순수한 정치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23세에 처음 주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정도의 정치적 야심가였다”며 “그는 경제 개발에 온 힘을 쏟았던 헨리 클레이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 미국을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링컨의 발언 하나, 행동 하나에도 긍정적 시선과 부정적 시선이 갈린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남북전쟁과 노예제도다. 남북전쟁은 당시 노예제를 반대하던 공화당 소속 링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그가 노예제를 폐지할 것을 경계한 남부의 몇몇 주들이 연방에서 떨어져 나와 남부 연합을 결성한 것이다. 처음에 링컨은 남북 전쟁을 노예제 폐지를 위한 것이 아닌 연방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남부가 영국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자 그는 노예제 폐지를 선언해 전쟁의 방향을 노예제를 위한 것으로 바뀌게 한다. 이에 노예제를 금지한 나라인 영국이 남부를 더 이상 도울 수 없게 돼 북부가 승기를 잡게 된다.

김남균 교수는 “링컨은 연방을 유지하는 것을 항상 최우선으로 했던 실용ㆍ현실적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미국의 각 주에겐 연방을 자유롭게 탈퇴할 권리가 있는데 링컨은 이를 반역으로 간주해 유혈 사태까지 이끈 독재자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링컨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나는 노예제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연방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링컨의 발언에 대해 그는 노예의 구원자가 아니라 노예제 폐지를 자신의 정치 야욕을 위해 이용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또 ‘다른 나라에서 평화적으로 노예제를 폐지한 예가 있는데 굳이 전쟁을 거쳐야만 했나’는 의견도 있다. 

김형곤 교수는 “역사라는 것은 하나의 객관화 과정이 아니라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링컨에 대한 시각차도 이런 관점에서 존중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horokka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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