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열 시간 중노동에 손에 쥐는 건 최저임금
하루 열 시간 중노동에 손에 쥐는 건 최저임금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11.06
  • 호수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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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비정규직 노동환경 실태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된 지 4년이 흘렀다. 이 법은 △부당한 추가근로 거부 △부당한 처우의 시정 신청 △행정 소송 제기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름뿐이다. 김일곤<전국대학노동조합ㆍ정책국> 정책실장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성격상 노동자가 직접 윗선에 말하기 어렵다”며 “비정규직 보호법에 명시된 권리들은 허울일 뿐 실효성은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최저임금에도 아무 말 없이 일해야 한다. 그게 비정규직이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청소원 아주머니, 경비원 아주버니들도 비정규직이다. 전국에서 약 4만 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가까이서 일하는 학내 비정규직. 그들의 일과를 들여다봤다.


두 시간 이른 그들의 아침

▲ 한 청소용역직원이 창문틀을 걸레질하고 있다.

아침 여섯 시 삼십 분. 청소 아주머니들의 하루는 남들 보다 두 시간 일찍 시작된다. 학생들의 상쾌한 아침을 위해서다. 아침부터 길바닥을 쓸고 강의실을 정돈하느라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놓고 분리수거가 한창이다. 건물 안쪽으로 손걸레로 창문 틈을 닦는 아주머니들도 보인다. 그 정신없는 틈 속에서 재경아줌마(가명)를 만났다.

첫 일이 끝난 시간은 오전 열한 시, 한 숨 돌리려는 아줌마를 쫓아 휴게실로 따라갔다. 학생회관 4층 콘서트홀 옆 철문을 여니 두 평 남짓한 방이 나온다. 낡은 사물함 대 여섯 개와 오래된 냉장고가 눈에 띈다. 콘서트홀의 조명, 음향을 조절하는 커다란 음향조절장비도 보인다. 창문 하나 넘어 콘서트홀이다. 콘서트홀에서 공연이 있는 날이면 학생회관 밖에서도 음악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는 창문하나 거뜬히 넘어 휴게실을 메운다. 서글서글하게 웃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 학생회관 4층 콘서트홀 옆 청소용역휴게실
방 안쪽으로 어린아이 키만 한 문이 보였다. 고개를 숙여 들어가니 한 평짜리 쪽방이다. 그나마 청소도구들과 잡동사니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어 더 좁았다. 가끔씩 짬이 날 때 쪽잠을 자는 곳이라고 한다. 더러운 벽에 청소 유니폼들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 탁상위에 장판을 널어 만든 간이침대가 놓여있다. 그나마도 작업반장(감독)이 있을 때는 못쓴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 하지만 참을 수밖에

몇십분 간 대화가 끝나갈 무렵 동수엄마(가명)가 찾아왔다. 재경아줌마와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두 아주머니를 따라 한양플라자 학생식당으로 갔다. 이천 원짜리 백반을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온몸이 쑤시네” 자리에 앉자마자 동수엄마가 입을 열었다.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한 탓이다. 손가락 관절이 부어 손을 오므리지 못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여기저기 흠집이 나 투박한 손이다. 두 아주머니 사이에 고된 노동의 한숨이 오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나도 대학생 아들이 둘인데 조금이라도 보태야 할 것 아냐” 동수엄마가 말했다. 우리학교 청소용역을 두고 다섯 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빈자리를 메울 인력은 차고 넘친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일할 사람은 많아. 우린 아무 때나 잘려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야.”

아주머니들의 그늘진 얼굴 아래로 작업복이 눈에 들어온다. 쓰레기 분리수거 걸레질 등 작업 때문인지 여기저기 얼룩져 있다. “씻을 곳은 있나요”라고 묻자 “있기는 하지 건물마다 샤워실 있잖아. 근데 우리가 쓰지는 못해” 자연대에서 근무하던 청소 아주머니가 샤워실에서 씻으려다 호되게 혼났다고 한다.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그 뒤 아주머니들은 눈앞의 샤워실을 뒤로하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손만 씻는다.

▲ 한양플라자 1층 계단 및 청소용역휴게실

“물가는 오르는데 봉급은 그대로네.” 쌍둥이네(가명)가 하소연을 시작했다. 여섯 시 반 출근 네 시 반 퇴근. 하루 열 시간 한 달 이십 일 노동. 그러고 손에 쥐는 돈은 80만원 남짓.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맞췄다. 휴가도 변변치 않다. 근무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아주머니에게만 휴가가 주어진다. 이번 여름에는 2박 3일 휴가가 주어졌다. 주말마다 추가 근로도 있다. 순번에 따라 정해지는데 의무사항이다. 추가 수당은 받는다. 역시 최저임금 수준이다.

24시간 근무해도 최저임금 못 받아

날이 저물고 모든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가 건물은 텅 빈다. 그 텅 빈 건물은 경비원 아주버니들이 지킨다. 한 건물에서 순찰을 돌던 길수아저씨(가명)를 만났다. 길수아저씨는 야간근무 조다. 아침 일곱 시부터 그 다음날 아침 일곱 시까지, 격일로 24시간 근무를 선다. 근무 하다가 새벽 한 시부터 네 시까지 잠시 눈 붙을 붙인다. 그러고 다시 근무를 선다.

경비실에는 책상하나에 의자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나마 성인 한 명이 발을 뻗고 자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 누워서 자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서 판자 같은걸 주워서 경비실에 놓고 자기도 한다. 그렇게 한 달 15일 근무하고 받는 돈은 백여 만 원. 길수아저씨가 말했다. “나 혼자 일해서는 생활이 안돼. 그게 경비원이야” 휴가는 없다. 쉬는 날도 없다. 공휴일이라도 근무일이면 나와야 한다.

지난 추석 연휴도 쉬지 못했다. 그러고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 한 달 360시간 노동, 시급으로 따지면 삼 천 원도 되지 않는다. 경비원과 같은 일부 직종은 최저임금 제한 조항에 따라 최저임금 제한이 가능하다. 경비원에게는 최저임금의 80%만 줘도 된다. 외환위기 이후 대량 실업 사태를 우려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최저임금 80% 주면서 부려먹을 건 다 부려먹어” 길수아저씨가 말했다. 지난겨울에는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경비원 모두가 일괄 동원됐다.

여름에도 매일 화단에 물을 주라고 시킨다. 둘 다 경비와는 상관없는 업무다.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업무 외의 일도 시키면 한다는 조항이 있다는데 정작 아저씨는 지금 확인할 수 없다. 근로계약서를 용역업체에서 가져갔다. 이직률이 높아 일일이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명령은 학교가 책임은 누가?

길수아저씨와 같은 우리학교 경비원들은 삼중 고용돼 있다. 한양대는 사설경비업체 에스원(세콤)과 계약했고 에스원은 인력업체인 빌텍과 계약했다. 길수아저씨는 빌텍 소속이다.

“근무 환경관련해서 말할게 있어도 어디에 해야 할지 모르겠어 실질적으로 일하는 곳은 한양대인데 나를 고용한 회사는 빌텍이거든” 빌텍 사업주에게 말해도 한양대까지 전해지기 어렵고 그렇다고 한양대에 직접 말할 수도 없다.

▲ 청소용역직원들이 쓰레기를 한 데 모아놓고 분리수거를 하고 잇다.

열악한 환경, 낮은 임금. 그 때문인지 오래 근무하신 경비 아저씨를 찾아보기 힘들다. 3년 이상 근무한 경비원이 드물다. “이런데서 누가 오래 일하고 싶겠어 다들 정년퇴직이다 부도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지” 더 나은 직장 찾으면 그날로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밤 열두시가 넘었다. 아저씨와 인사를 마치고 경비실 문 밖으로 나왔다. 건물 안은 온통 깜깜했다. 경비실 불빛만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글ㆍ사진 하동완 기자 dissel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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