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5일, 소통의 계기로 만듭시다
지난 135일, 소통의 계기로 만듭시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10.30
  • 호수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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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를 달구었던 135일, 우리의 성찰과 소통의 계기로 만듭시다.

지난 10월 7일, 학교와 노조의 4차 협상이 타결되면서, 비로소 135일 만에 파업이 끝났습니다. 양 측은 학교에서 오는 2011년 1월까지 학사지원직원을 직원 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인사정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시험을 통해 전환되는 순서가 정해질 계획이고, 매년 전환되는 일정 인원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캠퍼스는 다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아침마다 울려 퍼지던 파업가도, 캠퍼스를 장식했던 플래카드들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제 자유게시판에 파업에 대한 불만을 올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한양의 구성원 저마다 가슴에 멍이 하나씩 들었습니다. 일터에 돌아가서의 마찰을 걱정하는 학사지원직원. 파업은 정당한 권리라는 생각과 파업으로 겪는 불편 사이에서 고통을 느낀 학생들. 정작 자신한테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또 다른 학생들. 구조개편 속에서 자기 직책 역시 불안하거나 대우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일부 갑, 을 교직원들. 최저임금 수준을 받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줄 이 없는 청소 어머님들과 용역 아버님들. 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많은 비난과 인신공격에 고통 받은 사람들. 모두가 성숙하는 계기였다고만 하기에는 그보다 상처가 더 많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상처의 치유를 이야기하지만, 이 모든 상처는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지 미처 이야기를 끝맺지 못했습니다. 파업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이나 갈등, 분열의 근본이 ‘파업 그 자체’라고 본다면, 앞으로 누가 시작할지 모르는 또 다른 파업은 또다시 폭력,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라고 바라보게 될지 모릅니다. 그 파업이란 청소 어머님들의 파업이 될 수도 있고, 직원 갑, 을 군의 파업이 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수업거부’나 ‘본관점거’ 형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시작은 파업이었지만, 나중에는 학교 운영에 비판을 제기하는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까지도 갈등을 조성하는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정말로 절박한 사람의 입장은 누가 들어줄까요.

파업, 등록금 인상의 빌미가 되어선 안 됩니다. 이제 고통 분담의 관점에서 이번 일을 다시 봅니다. 사립대학이 영리법인이 아닌 공익법인인 이상 학교에서 일하는 직원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의 입장에서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가 학생 대표에게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재원은 등록금으로 충당한다”며 고통분담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과 상처를 만들 것입니다. 학교는 이번 파업의 후유증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협상 타결을 등록금 인상과 연관 지어서는 안 됩니다.

갈라진 한양대, 소통의 장을 넓힙시다. 파업 135일 동안 학생사회에는 온갖 의견과 오해가 무성했지만 이것들이 제대로 접점을 찾은 적이 없었습니다. 3자대화가 이뤄지지도 못했고 오프라인 공청회 한 번 열리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이 노조의 의견을 듣는 방법은 천막으로의 방문뿐이었고 학교의 의견을 듣는 방법 역시 인사팀 방문뿐 이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소통할 곳만 있었더라면 보다 쉽게 끝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침묵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파업 이후를 준비해야 하기에,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이 학교의 많은 구성원들의 삶과 권리에 대해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안승순 <법대ㆍ법학과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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