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것도 버거운 꿈, 로스쿨
꿈꾸는 것도 버거운 꿈, 로스쿨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10.30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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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료부터 75만원, 로스쿨 학비 현실화 대책 필요

상승했다. 2011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지원서 마감 결과 총 9천637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4.48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대비 0.3대1이 늘어난 셈이다. 상승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로스쿨 입학 준비 시 필수사항인 법학적성시험(이하 LEET)수험료와 각 대학별 전형료 또한 상승했다.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등록금과 더불어 차츰 증가하는 로스쿨 입학비용,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이를 거뜬히 감당할 수 있을까


최소 진입 비용 75만원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 A는 원서 지원에만 75만원을 지불했다. 필수 공통 시험인 LEET 응시료 25만원에 가군, 나군 두 군데 모두 사립대학 로스쿨을 지원해 각각 25만원씩 전형료만 5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에서 떨어져도 환불받을 수 있는 돈은 5만원에서 10만원. 여기에 로스쿨 지원 시 필수사항인 영어 공인 성적을 받기 위해 두 세 번의 토익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로스쿨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최소 비용만 75만원을 넘는 셈이다.

로스쿨 준비생 천동준<서울시ㆍ도봉구 30> 씨는 “LEET를 준비하기 위해 전문 학원 등을 다니며 입시에 투자한 비용이 500여 만 원”이라며 “전형료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데로 지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LEET준비 비용과 더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 학원가 LEET준비 강의를 조사한 결과 칠판식 강의 한 달 수업료는 평균 30만원을 맴돈다. 과목마다 한 강좌씩 수강하고 1회에 10만원을 육박하는 소수정예 면접코스까지 거치면 로스쿨 시험 대비에만 300여 만 원이 투입된다.

강남 로스쿨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1월부터 8월까지 면접을 제외한 LEET강의 종합 반 수강료는 500만 원대”라며“월말 수강 모집 때마다 매번 마감돼 한 해 수강생이 150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준비생 A는 “로스쿨 도입 초기라 시험 관련 정보가 없다보니 학원비가 부담되더라도 대다수 수험생들은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험생들에겐 학원비뿐만 아니라 입학시험을 보기 위한 전형료 또한 부담이 된다. 우리학교를 포함한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지역 대부분 사립대학의 전형료는 25만원이다. 로스쿨 도입 초부터 높은 전형료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이 제기돼왔지만 지난 해 17만원을 받았던 고려대를 포함해 서강대 등은 오히려 2011학년도 로스쿨 전형료를 인상했다. LEET 응시료 또한 23만원이었던 지난해보다 2만원 상승했다.
천 씨는 “수험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형료 사용 내역에 대한 공개 없이 학교 임의로 전형료를 인상했다”며 “다수의 수험생들에게 로스쿨 초기 투자비용을 전가하려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관련 타 대학 관계자는 “로스쿨 전형 절차는 논술, 심층 면접, 서류심사 등 일반대학원보다 더 복잡해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전형료 산정 시 잉여금을 남기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형과정이 유사한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등 국립대의 전형료는 10만 원 선이다. 일반 대학원 졸업 후 로스쿨을 준비하는 B는 “로스쿨 전형과정과 차이가 없는 일반 대학원 전형료는 7,8만원 수준”이라며“학원비 등 준비 시 추가 발생비용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지만 법조인이 되기 위해 의무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점차 상승해 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학교 로스쿨을 포함해 다수의 사립대학이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일반 수험자와 일관되게 전형료를 부과하고 있다. 연세대, 성균관대 등 특별전형료로 5만원을 받고 있는데 반해 중앙대, 고려대 등 일반 지원자와 같은 전형료를 받고 있다.  

연덕원<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전형료와 관련해 제약이 없기 때문에 로스쿨 전형료를 대학 임의로 정하고 있다” 며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등록금뿐만 아니라 응시료 역시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 부담으로 돌아오는 초기 투자비용
C는 자신이 졸업한 학부의 로스쿨에 전액 장학금을 약속 받으며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 후 장학금 수혜 기준이 바로 달라져 큰 학비 부담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C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 약속을 어겼다”며 “입학과정 50%의 학생들에게 전액장학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수혜율이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로스쿨 초기 투자비용이 과다 지출되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실질적’ 장학금 지원 비율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중 우리학교를 비롯한 12개교의 등록금이 지난해 대비 최소 2.4%에서 최대 10%까지 상승했다.

로스쿨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들은 로스쿨 설치인가기준인 전용건물의 신축과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세미나실, 정보화시설, 육아시설, 기숙사 등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총 2천902억5,810만원을 투자했다. 한 로스쿨마다 평균 116억1,030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로스쿨 유치를 위해 대학들은 법조인출신 등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우수한 전임교수진을 다수 확보해야 했다. 2007년에 법학부 교수들이 674명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에는 로스쿨 교수들만 778명에 이르렀다. 이는 로스쿨들의 인건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2011년도 전체 로스쿨 운영 예산 중 30.8%에 해당하는 858억1,900만원이 전임교원보수로 사용됐다.



2011년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운영수입은 2천783억2천4백 만 원으로 이중 등록금수입은 951억6천3백 만 원으로 34.2%에 불과하다. 성재호<성균관대ㆍ법학과>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 운영 실태와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높은 수준의 인적ㆍ물적 시설이 필수적인 법학 전문 대학원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며 “인가를 위해 시설과 교수진확보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사립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 교수는 “결국 등록금 폭증은 피할 수 없게 되고 ‘로스쿨은 돈스쿨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사진 심소연 기자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자료제공 : 로스쿨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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